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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마디 말이 꽃이 되고 위로가 되고

8월 9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이박삼일 동안의 여름 신앙학교를 끝내고 돌아가는 청소년들이 인사를 하며 한마디 하는데, 어찌 그리 예쁜 말만 골라 하는지 모릅니다. 어떤 부모님인지 가정 교육 참 잘 시켰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여기 너무너무 좋아요.” “이박삼일 내내 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급식도 여기 같았으면 좋겠어요.”

꽃 같은 아이들이 남기고 간 짧은 한마디 말이 뒷바라지하느라 녹초가 된 저희에게 큰 위로요 기쁨이 되었습니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말이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고 화살이 될 수 있지만, 어떤 말은 생명이 되고 구원이 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말 한 마디가 향기로운 꽃이 되고, 꿀보다 더 달콤할 수 있음을 굳게 믿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명령에 따라 주님 말씀이 적혀있는 두루마리를 받아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놀랍게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그것을 먹으니 꿀처럼 입에 달았다.”(에제키엘 예언서 3장 2절)

오늘 화답송을 통해 전해지는 시편작가의 말씀도 일맥상통합니다.

“주님, 당신 말씀 제 혀에 달콤하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매일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진꿀보다도 더 달고 그 어떤 향유보다도 향기롭습니다. 그 말씀에 깊이 매료되고 빠져든다면 더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좋은 것도 말씀 앞에 빛을 바래며, 의미가 사라집니다.

힘겨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주님 말씀으로 인해 살아갈 힘과 활력을 얻습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걸어가면서도 말씀으로 인해 희망을 지니고,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결국 말씀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의미요 전부입니다.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수십 년간 주님 말씀의 끈을 꼭 붙들고 놓지 않으려고 매일 발버둥쳐 왔습니다. 그랬더니,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서 주시는 은총과 축복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말씀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이 제 안으로 걸어 들어오셨습니다. 말씀은 주저앉아있는 저를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재촉하였습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때도, 까마득히 높은 언덕을 올라갈 때도, 매일의 말씀은 제게 견뎌내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어떠합니까? 매일 우리에게 선포되고 건네지는 말씀들은 그 자체로 기쁨이요 위로입니까? 그 말씀이 내게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있습니까? 말씀은 지친 나를 일으켜 세웁니까? 말씀은 매일 나를 양육시키고 성장시킵니까?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