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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낮에는 소탈하고 명랑하게, 밤에는 더없이 진지하고 거룩하게!

8월 8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오늘은 스페인 태생의 명설교가이자 정통 가톨릭교회의 수호자이면서 도미니코 수도회 창설자이신 도미니코(1170~1221) 사제의 축일입니다.

도미니코회 역사 자료에 따르면 그는 언제 어디서나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복음의 전달자라는 신원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낮 동안 동료들과 엮어가는 수도 생활 속에서 그는 더없이 명랑하고 소탈했습니다.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붙임성이 많았는지 그의 주변은 언제나 그를 존경하는 동료 수도자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러다가 밤 시간이 다가오면 그보다 더 열렬히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주 밤새워 기도하곤 했는데, 너무 열심히 기도하다 보니 동료 형제들이 그의 기도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덕행 중에 눈에 띄는 것 한 가지는 그의 과묵함입니다. 그는 수도공동체의 분열과 상처의 주원인이 되는 말을 지극히 아꼈습니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은 주로 이런 때였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할 때. 형제들을 칭찬할 때. 하느님 앞에 형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드릴 때.

무엇보다도 도미니코는 지극히 겸손했습니다. 그의 탁월한 인품과 높은 성덕에 감화를 받은 그 지역 교황대사가 몇 번에 걸쳐 그를 주교품에 올리도록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때 마다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교직에 오르기보다는 공동체 형제들과 더불어 겸손하고 가난한 한 수도자로 남기를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도미니코 성인이 살아가셨던 12~13세기는 교회, 정치, 경제적으로 급변하던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인구의 증가와 도시의 발달, 여러 국가들의 출현이 있었지만, 그에 따른 빈곤층을 양산했습니다. 십자군은 이슬람과의 끝도 없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내부적으로는 이런저런 이단으로부터의 위협이 있었습니다. 당시 인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 청빈주의, 극단적 금욕주의를 지향하는 이단들이 성행했는데, 알비 지방의 카타리파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하느님께서는 특별한 선물을 세상에 보내셨는데 그가 바로 도미니코였습니다.

 

도미니코는 여러 이단들로부터 가톨릭교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통 교리에 능통한 설교단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유능한 설교자들로 구성된 도미니코회를 창설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정통 가톨릭 신앙의 파수꾼으로서 선봉에 선 도미니코회 회원들은 언제 어디서건 누군가의 회개를 위해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갑니다. 그들의 모토인 ‘진리를 관상하십시오! 그 진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십시오!’에 따라 밤낮없이 기도하며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를 공부하고 그 깨우친 바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미니코 성인이 남기신 모범 가운데에서 오늘 날 우리 사제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말로서 만의 설교’가 아니라 복음 선포자가 먼저 복음대로 살아감을 통해 가르치는 ‘행동이 뒷받침되는 설교’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미니코의 감동적이고 효과적인 설교의 배경에는 늘 깊은 하느님과의 일치와 기도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