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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빛나는 광채를 지닌 주님께서 세상의 악을 정복하실 것입니다!

8월 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변모 사건을 꽤나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러 간부급 제자 세 명(베드로 요한 야고보)만을 데리고 타볼산에 오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던 중 제자들은 특별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입고 계시던 의복이 하얗게 번쩍였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 앞에 당황해하고 있던 제자들이었는데, 더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그들 앞에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말로만 들어오던 이스라엘 민족의 영도자 모세와 대 예언자 엘리야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두 사람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신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수님의 변모 사건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 예수님은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입니다. 적들에게 체포되고 갖은 고초를 다 겪다가 십자가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의 얼굴은 또 다른 방식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빛나고 위풍당당하고 말씀 한마디에 뭐든 못할 것이 없는 공생활 기간 동안의 승리의 메시아가 아니라 때리면 맞고 순순히 십자가에 못 박히는 한 나약한 인간의 얼굴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참혹했던 삼일이 지나가면 예수님께서는 원래 지니셨던 영광스런 얼굴을 다시 한 번 회복할 것입니다. 영광-고통-영광의 과정을 거치는 메시아의 운명을 미리 잘 이해하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핵심 제자단 세 명만 데리고 타볼산에 오르셨고, 또 그들이 보는 앞에서 변모하신 이유가 뚜렷해진 것입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아들 예수의 영광스런 모습을 핵심 제자단에게 미리 살짝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베푸신 것입니다.

변모 사건은 곧 도래할 예수님 수난의 때, 하느님 아버지께 순명하느라 무기력해질 예수님, 십자가형 앞에 우리 인간과 똑같이 두려워할 예수님 앞에서도 제자들이 그분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주신 사건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곧 다가올 아들의 십자가 앞에서 제자들이 당혹해하지 말고 두려워도 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설 힘과 용기를 지니도록 힘을 주신 것입니다.

비록 꿈결같이 짧은 한 순간의 기억이었지만 이 짤막한 영광의 순간에 하느님의 목소리와 모세와 엘리야의 증언이 덧붙여져 아들 예수가 자신에 대해 예언하는 것을 제자들이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오늘도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과 우리 인간의 죄로 인해 고통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십니다. 무자비한 폭력이 무죄한 어린 양을 짓밟습니다. 악이 선을 능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얼굴이 있습니다.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주님 얼굴입니다.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날 영광스런 얼굴의 주님께서 반드시 승리하실 것입니다.

빛나는 광채를 지닌 주님께서 세상의 악을 정복하실 것입니다. 그때 끝까지 인내한 우리도 비참하고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영광스럽게 빛나는 주님 얼굴을 닮아있을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