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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의 시선이 주님을 향할 때 강건해집니다!

8월 2일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불도 무섭지만, 물도 무섭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속인들이나 사주·관상 보시는 분들이 단골로 사용하는 멘트가 있습니다. “올해는 물을 조심하십시오!”

저도 돌아보니 물과 악연이 깊습니다. 계곡 급류에 휘말려 꼴깍꼴깍 물을 마셔, 거의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살려달라고 소리치지도 못했는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베드로 사도 같은 경우, 용기가 있었습니다. 물 위를 잘 걷던 그는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바람 앞에 두려워졌고,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저처럼 꼴깍꼴깍 물을 마셔, 죽음의 위협을 느낀 그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마태오 복음 14장 30절)

갑자기 불어 닥친 역풍과 높은 파도 앞에 좌충우돌하면서 희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사도단의 결핍되고 불완전한 모습과 자연현상마저 좌지우지하시는 전지전능하시고 완전한 주님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의 특별한 이 에피소드는 주님 부재시 인간의 현실은 얼마나 어둡고 나약한지, 얼마나 허망하며 절망적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할 때 인간은 또 얼마나 밝고 화사해지는지? 또 얼마나 영원하며 희망적인지를 알게 합니다.

주님 없이 인간끼리 뭔가 하려고 할 때는 언제나 혼돈과 무질서, 절규와 아우성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가 탄 배 위로 승선하실 때 즉시 다가오는 것이 잔잔한 평화와 치유, 충만한 구원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물위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예수님께로 시선을 고정시켰을 때, 용감하고 씩씩하게 물위를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선을 내려 깊은 물 속을 바라볼 때, 갑작스레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아래로만 향할 때, 세상만 바라볼 때, 나 자신만 바라볼 때, 즉시 두려움 투성이의 나약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이 주님을 향할 때 강건해집니다. 주님만 바라볼 때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으며 희망할 수 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