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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왕이면 잔챙이가 아니라 깜짝 놀랄 정도로 큰 대어로 성장해야겠습니다!

7월 28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삼복더위의 뜨거운 공기를 뚫고 이 본당 저 본당 청소년들이 저희 피정 센터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한 본당 나가자마자 또 다른 본당이 들어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화장실 바닥도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고 있으니, 시설 관리인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기요~ 출입문 비번이 어떻게 되나요?” “저기요~ 욕조 바닥이 막혔는데 빨리 뚫어주세요!”

오르락내리락하며 몰입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릅니다. 무더위를 건강하게 잘 극복하는 비결은 더위를 피하기보다, 매일 하는 일에 더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더위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어촌에 살다 보니 삶이 참으로 역동적입니다. 낮에는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합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바닷물이 멀리 빠져나간 밤바다로 해루질을 나가고 밤낚시를 나갑니다.

운이 좋은 밤은 한두 시간 만에 어망이 묵직해집니다. 떠나올 때는 잡은 고기들을 다 가져오지 않습니다. 영양가 없는 숭어는 살려줍니다. 기준 치수에 미달되는 녀석들은 도로 방생합니다. 때로 옆에 간절한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는 야생 고양이들에게 몇 마리 던져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덥석 물고.는 자기 아지트로 달려갑니다.

이윽고 남은 물고기들, 즉 대상어들만 간추립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두툼한 우럭이나 놀래미, 감성돔이나 장어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잘 살려 집으로 가져옵니다.

따지고 보니 저희 사는 모습이 오늘 복음 말씀과 똑같습니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마태오 복음 13장 48절)

그물을 걷어낸 어부들이 즉시 하는 일은 고기를 선별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대상 어종들, 가져가도 괜찮은 고기들만 선창 아래 있는 수족관으로 모시고, 별 도움 안 되는 잡어나 잔챙이들은 올라오는 즉시 바다로 던져버립니다.

언젠가 어부이신 하느님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잡어나 잔챙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분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리는 대어로 성장해나가야겠습니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 어떻게 보면 한없이 나약하고 한심한 존재가 분명합니다. 머리칼보다 많은 죄, 상처와 결핍투성이의 존재가 맞습니다. 그러나 마냥 거기에 머물러 살라는 법은 없습니다.

 

인간이 대단하고 위대한 이유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면 엄청난 성장이 가능한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부단한 성장 끝에 제2의 예수 그리스도가 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아가신 성인(聖人)들께서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을 통해 똑똑히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인간 프란치스코 성인은 제2의 예수 그리스도라고까지 불리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역시 한없이 부족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하느님 마음에 쏙 드는 대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잔챙이가 아니라 깜짝 놀랄 정도로 큰 대어로 성장해야겠습니다. 그런 희망과 기대를 가슴에 품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