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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리스도 안에 죽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7월 9일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나이가 좀 더 들면 두려움꺼리가 조금씩 줄어들겠지, 희망해왔습니다. 그러나 웬걸, 정작 나이를 먹어갈수록, 여전히 다양한 측면의 두려움이 남아있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두려움인 노년기와 죽음에 대한 강도 높은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주님께서 건네시는 위로의 말씀이 참으로 달콤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마태오 복음 10장 31절)

제 개인적으로도 그토록 오랜 세월 죽음에 대해서 연구하고 가르쳤지만,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꽤나 두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게 최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신 분이 계십니다. 제가 존경하는 우리 시대 탁월한 대 영성가 헨리 나웬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께서는 자신이 꿈꾸고 희망했던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요약하고 종합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친밀함의 대상으로서의 죽음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는 죽음
-세심하게 준비하는 죽음
-반가운 친구 같은 죽음
-상실이 아니라 성취로서의 죽음
-가장 인간다운 행위로서의 죽음

헨리 나웬 신부님께서는 독특한 표현을 동원해 죽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데, 참으로 큰 위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나를 붙잡아주실 존재, 아버지에게 나를 맡기는 것입니다. 아버지를 온전히 신뢰한다는 것입니다. 죽는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 일생 전체를 아버지께 송두리째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죽는다는 것은 내 손을 아버지 손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시시각각 죽음을 향한 순례 여정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헨리 나웬 신부님은 이렇게 격려해주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곧 당신이 죽음을 향해서 점프할 때, 저 건너편에는 하느님께서 이미 당신이 도착할 그 자리에 딱 지키고 서 계실 것입니다.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손과 팔을 펼치기만 하십시오. 반드시 그분께서 당신을 꼭 붙들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또 믿으십시오.”

헨리 나웬 신부님께서는 덧붙여서 불후의 명문장 하나를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죽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내 죽음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가장 큰 증거요 사랑의 행위가 될 것입니다.”

죽음을 통해 비록 육신의 장막이 허물어지지만, 영혼은 한 마리 예쁜 나비처럼 그 비루하고 추했던 육신을 벗어버리고 하느님을 향해 훨훨 날아갑니다.

우리도 조만간 다가올 죽음을 멋지게 잘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100% 우리에게 손님처럼 찾아올 그날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헨리 나웬 신부님의 말씀처럼 우리 각자의 죽음이 남아있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각자의 죽음이 주님의 확고한 현존과 하느님 나라가 반드시 있음을 확증하는 아름다운 사건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보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