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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극단적 청빈의 삶과 지상 것들로부터의 완벽한 이탈과 초월의 삶!

6월 27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엄청난 강풍이 불어 애지중지하던 그림 액자가 와장창 깨져버렸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노발대발, 안절부절, 난리였을 텐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그림 액자 수명이 다됐나 보네. 종종 그림 액자도, 도예품도, 장식품도 깨져야 그 분야 종사자들이나 거래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겠지.’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제 옷이나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두 말 않고 그 자리에서 줘버립니다. 무엇 하나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니, 더 이상 지상 것들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습니다.

아마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께서도 그렇게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아가셨으리라 확신합니다. 그 어떤 대상, 그 어떤 가치에도 얽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그런 대 자유인이셨던 예수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던 예수님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오 복음 8장 20절)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삶의 노선이 있었는데, 그것은 극단적 청빈의 삶이었습니다. 재물이나 명예, 자리와 같은 지상 것들로부터의 완벽한 이탈과 초월, 그것이 예수님께서 지속적으로 취하셨던 삶의 자세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추종하던 제자들을 향해 기회 닿는 대로 부단히 강조하셨습니다. 끊임없이 건너가라고! 현세적인 것에서 영원한 것으로, 속된 것에서 거룩한 것으로, 육적인 것에서 영적인 것으로 거듭거듭 건너가라고 재촉하셨습니다.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 마리 새처럼,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참으로 멋져 보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들, 만왕의 왕인 분이셨지만, 수수한 옷차림에 평범한 삶을 추구하셨습니다. 엄청난 권한과 권위의 소유자셨지만, 당신의 제자들에게 그 어떤 강요나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셨습니다.

진정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추종하려면, 우리가 지금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 다른 모든 대상에 앞서 하느님을 위에 두어야 합니다. 부단히 사소한 것에서 보다 중요한 것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일시적인 것에서 영원한 것으로 우리의 시선을 옮겨가야 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