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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례자 요한의 지극한 겸손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자각!

6월 23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24일에서 옮김)]

대부분이 인간 존재는 수명이 다해 쇠락하고 사그라들고, 땅에 묻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소멸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천 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그의 생애가 기억되고 칭송받는다는 것,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세례자 요한이라는 인물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대부분 성인성녀들의 축일은 천국에 입국하신 날, 다시 말해서 돌아가신 날로 정해 기념하고 경축하는데. 세례자 요한의 축일은 하나 더 추가됩니다. 탄생 대축일. 그만큼 구세사 안에서 세례자 요한이라는 인물의 중요성, 탁월함을 엿볼 수 있는 측면이라고 살 수 있겠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유다 지방의 명문 사제 가문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늦둥이 아들로 태어납니다. 명가에서 태어난 외아들, 우여곡절과 큰 기대 끝에 태어난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그에 대한 교육적 투자가 컸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제대로 공부하였고, 큰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선구자로서의 사명을 파악하게 된 그는 더 큰 뜻을 품고, 더 큰 깨달음을 위해 인간 세상을 떠나 깊숙한 광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복음사가들이 증언하는 것처럼 세상의 시류와는 완전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다른 거짓 예언자들처럼 감언이설이 아니라 직설적 화법으로, 호의호식이 아니라 메뚜기와 들꿀을 주식으로 삼으며 낙타털옷을 걸치는 극단적 청빈 생활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위선적인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과 온전히 합일하는 집중적인 기도로…

호화찬란한 도심의 불빛을 떠나 깊고 어두운 광야, 춥고 배고픈 광야로 들어간 세례자 요한은 거기서 자신을 더욱 연마시키고 내공에 내공을 거듭 쌓아나갑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예언자로서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뿐만 아니라 초롱초롱한 눈, 명료한 의식으로 깨어있다가 자기 뒤에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신속 정확하게 알아보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은 혀끝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인 생활을 통해서, 온 몸으로 설교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자 요르단강에서 자신의 모습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며 죄인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명설교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물로 세례를 베풀기 시작합니다. 그의 설교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날카롭던지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권고에 따라 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런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수많은 제자들이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제자단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어떤 몰지각한 사람은 세례자 요한의 추종자들을 규합해서 정치세력화했으면 하는 꿈까지 꿀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단시일 내 세례자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전국민적으로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게 되어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란 한 인물의 등장을 계기로 형성된 특별한 신드롬에 놀란 유다 최고 의회는 사람들을 그에게 보내 도대체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게 합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세례자 요한의 대답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거침없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보십시오. 세례자 요한의 지극한 겸손을,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자각을.

세례자 요한은 정녕 충실했던 대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예언자 직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보다 합당한 선구자이자 하느님의 종으로 스스로를 준비시키기 위해 깊은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극단적 금욕생활과 열렬한 기도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찾았으며, 다른 무엇에 앞서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기 위해 끝도 없는 고행을 계속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목숨을 건 준비 작업으로 인해, 그가 너무나도 잘 닦아놓은 길 위로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는 안전하게 잘 착륙하실 수 있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