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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다 인간다운 삶, 보다 차원 높은 삶, 영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6월 21일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

 

누가 따로 부탁한 것도 아닌데 저희 수도원 출입구 앞마당에서 철통같은 경계를 서는 기특한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하며, 자연스럽게 녀석들의 행동거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어제는 작은 친구 겨울 침구를 걷어내고 시원한 여름 담요를 깔아줬더니 고맙다고 꼬리를 칩니다. 강아지들과 지내면서 그들이 선호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젤 좋아하는 건 자신들의 넘버원, 넘버투, 넘버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같이 산책을 한다든지, 놀이를 한다든지, 옆에 앉아 쓰다듬어 줄 때 표정이 제일 행복해 보입니다. 가끔 특별보너스로 해변에라도 내려갈 양이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에 못지않게 좋아하는 것이 특식, 간식, 그리고 주식인 사료 등 먹는 것입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엔 시원한 그늘 아래, 세상 편안하게 널브러져 낮잠 자는 것도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한번은 십만원 짜리 수표가 생겨, 녀석들 눈앞에 펼쳐 보이며 제가 그랬습니다. “애들아, 너희들 이게 뭔지 아니? 이거 어마어마한 거다. 십만원 짜리 수표야! 너희들 매일 먹는 사료 두 달 치나 살 수 있는 거금이라구!”

그러나 녀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녀석들은 수표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폐지나 수표나 그게 그것인 것입니다.

이런 맥락을 잘 파악하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오늘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이 참으로 크게 다가옵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태오 복음 7장 6절)

주변을 살펴보면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대상의 가치와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그 놀라운 가치, 하느님이 얼마나 위대하시고,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를 모릅니다.

신앙이 우리에게 건네는 역동적인 힘과 에너지를 전혀 모르기에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영약인 성체성사의 의미를 모르니, 앉아있으면 짜증만 납니다.

사랑의 심오한 의미와 가치, 영혼이나 영원한 생명의 소중함, 진리나 성경의 위력을 조금도 파악하지 못하니, 그저 강아지처럼 돼지처럼 그렇게 살아갑니다.

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까? 하느님의 모상이요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인 인간이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짐승처럼 살아간다는 것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보다 소중하고 가치있는 대상들의 중요성을 인식해야겠습니다. 그래서 보다 인간다운 삶, 보다 차원 높은 삶, 영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