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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근심 걱정이 참 많았던 젊은 시절, 피가 마르고 살아 마르고 그래서 지금보다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은 덜 나가던 시절, 제 마음속에는 언제나 강력한 희망 사항이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의 평화,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고요함…

나이가 좀 더 많이 들면 괜찮아지겠지, 세월이 좀 더 필요하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그게 나이 먹는다고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전히 다양한 근심 걱정, 특히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의미 없는 근심 걱정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근심 걱정은 목숨이 일곱 개라는 고양이도 죽게 만든다.”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돌아보니 현대인들은 걱정이 필수인 사회에서 참으로 많은 걱정의 파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느긋하기로 유명한 티벳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갖은 걱정 속에 속전속결로 늙어가고 있는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조언도 명심해서 들어야겠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오 복음 6장 27절, 34절)

걱정 때문에 잔뜩 얼굴 찌푸리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는 이런 위로의 말씀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걱정의 40%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그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걱정거리의 22%는 일어나도 별 볼일 없는 사소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걱정의 4%는 우리의 영역 밖의 일입니다. 결국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걱정거리는 전체 걱정의 4% 뿐입니다.”

수도자 초년병 시절 저 역시 갖은 걱정거리로 온 몸을 칭칭 감은 채 살아갔습니다. 참으로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과연 수도생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동료 수도자가 혹시라도 나를 힘든 존재로 여기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수도원에서 쫓겨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남겨두고 온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나 걱정, 앞으로 밟아나가야 할 수많은 단계에 대한 걱정…그러다보니 몸과 마음의 병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게 하루는 선교사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한 가지 조언을 주셨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국에 오래 사셨어도 한국 말씀이 많이 서투셨던 신부님께서는 큰 목소리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걱정? 왜 걱정? 아무 걱정 말고 주님께 모두 맡겨!”

갖은 스트레스와 근심걱정꺼리를 이고 지고 살아가는 이웃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위로의 천사로 다가서야겠습니다. 그리고 크게 외쳐야겠습니다.

“제발 그 무거운 짐들 좀 내려놓고 살아가십시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즉시 모든 근심 걱정을 하느님께 맡겨드리십시오. 걱정 대신 기도하십시오. 근심 대신 찬양하십시오. 걱정하기보다 일상 안의 소소한 기쁨을 찾고 만끽하십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