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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님 마음이 우리 안에서 자라게 될 때, 우리는 인간 현실의 옹색함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6월 14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요즘 참 난감한 문제 앞에서 많은 생각과 묵상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수용하기 힘든 상황 앞에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

그가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이 일단 그를 위해 매일 기도하자. 매일 아침 그의 영혼과 그의 구원을 위한 지향을 두고 미사를 봉헌하자.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를 위한 기도를 시작하자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습니다. 그의 안쓰러운 뒷모습이 측은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즉각적으로 상황이 호전되거나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층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인간을 바라보는 예수님 시선의 폭은 좁디 좁은 우리의 안목과는 정말이지 천지차이입니다. 얼마나 관대하고 너그러운지 모릅니다. 얼마나 인내롭고 지혜로운지 모릅니다.

“그분께서는 악인이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마태오 복음 5장 45~46절)

사랑과 관련해서 예수님은 참 요구가 많으신 분입니다. 때로 너무 지나칠 정도입니다. 솔직히 원수가 내게 끼친 해악을 큰 마음 먹고 참는 일은 어렵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원수가 내게 안긴 상처를 털어버리는 일 역시 어렵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원수를 사랑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원수에 대한 사랑, 이것은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주님의 특별한 은총과 축복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정신과 마음이 필요합니다.

주님 정신, 주님 마음이 우리 영혼 안에 깃들게 될 때, 그분의 정신과 마음이 우리 안에서 자라게 될 때, 우리는 인간 현실의 옹색함에서 벗어나 광활한 지평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특유의 비루함에서 위대함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 사랑에서 진짜 사랑, 작은 사랑에서 큰 사랑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원수 사랑이라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인간 세상 안에 악(惡)이 종식될 수는 없지만, 악은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에 의해 선으로 승화됩니다. 원수 사랑이 가능해진 바로 그 자리에서, 기적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