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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용히, 묵묵히, 뒷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6월 7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틈만 나면 매운탕을 끓이고 생선을 굽다 보니, 간 맞추는 데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생겼습니다. 요리하는 데 있어서 간을 잘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실감합니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는 아무래도 소금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만일 소금이 없다면? 식문화가 얼마나 단조롭고 심심하겠습니까? 아무리 다양하고 맛갈진 갖은양념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소금이 딱 받쳐주지 않으면, 그 요리는 밋밋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소금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도록 권고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오 복음 5장 13절)

비록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음식 안으로 스며들어 음식을 음식답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 소금이 지닌 염분으로 인해 음식이 부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존재…

세상 의미 없고 쓸데없는 것 중 하나가 짠맛을 잃어버린 소금입니다. 장소만 차지할 뿐, 그 어디에서 쓸모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살 수 있겠느냐?”는 말씀은 어떤 면에서 아주 강력한 경고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온유하지 않고 옳은 일에 목 마르지도 않는다면, 자비와는 거리가 멀고, 의로운 일과는 담을 쌓고 살아간다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 괴롭히기만 한다면, 그는 두말할 것 없이 ‘짠맛을 잃은 소금’과도 같은 존재로 전락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에 불충실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명백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오 복음 5장 13절)

예수님의 또 다른 제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소명은 참으로 고상하고 숭고한 소명이지만, 우리가 부여받은 소명에 불충실하거나 게으르게 될 때, 언젠가 하느님 대전으로 나아가게 될 때 참으로 부끄럽게 될 것입니다.

소금의 가치나 위력은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야, 자신이 완전히 녹야 내려야 제대로 발휘됩니다. 비록 드러나지 않지만, 공동체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 ‘나’는 없어지지만, 그로 인해 이웃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실제로 이 세상에 충만히 현존하고 계신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입니다.

 

조용히, 묵묵히, 뒷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그렇게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며 세상의 빛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