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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 하늘 높이 향했던 우리의 머리를 일상의 낮은 곳을 향해 내려야겠습니다!

5월 29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선친 장례미사 때의 기억이 언제나 생생합니다. 시신을 기증하셨기에 장례절차가 참으로 간단했습니다.

장례미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의과대학병원에서 보내온 앰뷸런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울고불고 대성통곡을 터트릴 겨를도 없었습니다.

담당 직원의 숙련된 동작에 따라 고인의 관이 앰뷸런스의 뒷공간에 실리고 문이 탁 닫히고 나니, 그걸로 모든 것이 끝이었습니다. 장지에 따라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화장장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앰뷸런스가 떠나고 나니 정말로 허망했습니다. 뭔가 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제야 살아생전 고인의 멋진 생애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마지막 가시는 순간까지 이렇게 멋지게 장식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분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언제까지 앰뷸런스 뒷꽁무니만 바라볼 생각이냐? 이제 빨리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가거라. 내가 채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더 기쁘게 더 충만히 살아가길 바란다.’

오늘 제자들이 보는 눈앞에서 영광스럽게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도 유사한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사도행전 1장 11절)

승천하신 예수님을 떠나보내고 난 제자들의 심정, 고인을 떠나보낸 우리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굉장히 허망하고 무척이나 아쉬웠을 것입니다.

스승님과 함께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나머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분께서 떠나신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셨던 예수님이셨기에 떠나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따뜻한 한마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카 복음 24장 49절)

오늘 우리에게도 천사들은 똑같은 말을 건넬 것입니다

“너희는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이제 하늘 높이 향했던 우리의 머리를 일상의 낮은 곳을 향해 내려야겠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낮추어 꼬질꼬질해 보이고 남루해 보이는 인간 세상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인간 세상 안으로, 죄투성이의 비참한 인간들 안으로 완전히 육화하신 하느님의 자취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의 발밑을 내려다봐야겠습니다.

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느냐는 질책은 이제 이 지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라는 말입니다. 이 땅에 머무시는 동안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가르침과 업적을 찬양하며 인간 세상 안에서 그분의 공동체를 건설하라는 말입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또 다른 그리스도, 제2의 그리스도가 되어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라는 말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