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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레오파고스 언덕 위의 사도 바오로

5월 25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가톨릭평화방송 TV 기획 프로그램 아레오파고스에 출연하면서 아레오파고스라는 단어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레오파고스는 일종의 지명입니다. 고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북서쪽에 있는 낮은 언덕을 말합니다.

초창기 아테네 귀족 회의가 열리던 장소였는데, 나중에는 아레오파고스라는 말의 개념이 확장되어 회의 자체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아레오파고스 회원들은 왕의 자문위원회 역할을 수행했고, 행정, 종교, 교육 분야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이토록 대단한 장소 아레오파고스 한가운데 섰습니다. 당대 난다긴다하던 석학들과 당시 사회를 주름잡던 세력가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여러 첨예한 주제에 대한 토론과 비판의 전문가들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자칫 엉뚱한 말이나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할 경우, 그 자리에서 고발당하고, 매질 당하고, 투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 무엇에도 거칠 것이 없이 당당하고 의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오로 사도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아테네 지식인들과 권력자들의 심기를 사정없이 긁는 표현들이었습니다.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살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 상이나 은 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지적을 감안할 때, 당시 아테네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우상숭배나 잡신에 깊이 빠져 살았습니다. 이미 깊이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사람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복수심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던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바오로 사도는 목슴을 걸고 복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놀랍도록 담대하게 아테네 사람들에게 복음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바오로 사도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그토록 담대하고 의연한 바오로 사도의 모습, 그 배경에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었을까요?

바로 진리의 영, 협조자 성령이십니다.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복음 16장 13절)

오늘 우리 안에도 항상 진리의 영이신 성령께서 현존하시고,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하시길 청합니다. 그래서 우리 역시 바오로 사도처럼 목숨을 불사하고 진리의 말씀을 이웃들에게 선포하길 바랍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