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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리스도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5월 24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오늘 5월 24일은 저희 살레시오 가족들에게 큰 축제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창립자 돈보스코께서 각별히 사랑하고 의지하셨던 그리스도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돈 보스코는 성모님을 바라볼 때 마다 출중하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 변호사로서의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하느님 앞에 부족하고 나약한 자신을 변호해주시고 중재해주시는 어머니, 자신이 펼치는 모든 사업에 늘 함께 하시며 자상하게 보살펴주시는 협조자로서의 어머니가 성모님이심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카나에서의 첫 번째 기적 사건은 성모님께서 왜 ‘도움이신’ 성모님이신가를 명백히 잘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난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순간, 결정적인 공생활 시작의 순간이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용히 침묵 가운데 나자렛에서의 숨은 생활을 총정리할 순간입니다. 그래서 하신 말씀이 “여인이시오, 아직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님께서는 무리함을 무릅쓰고 아들 예수님께 졸라댑니다. 잔치의 전부 다 라고 할 수 있는 포도주가 떨어져 난감해하고 있는 혼주들의 딱한 처지를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맛있는 홍어 무침은 산더미처럼 준비되어 있는데, 시원한 막걸리가 떨어졌다면 얼마나 잔치가 밋밋하겠습니까? 더구나 유다 관습 안에서 혼례식을 일주일 내내 계속되는데, 혼주 입장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결례를 넘어 무례였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성모님이셨기에 무리한 요구인지 알면서도 예수님께 거듭 청을 드린 것입니다. 이처럼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딱한 처지, 난감한 상황을 결코 나 몰라라 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선익과 구원을 위해서라면 체면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시는 분입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보더라도 성모님은 도움이신 어머니이십니다. 말구유 탄생 이후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아기 예수님이 직면했던 다양한 측면의 위협은 부지기수였습니다. 순간순간 성모님은 요셉의 도움을 받아 아기 예수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가 무럭무럭 자라나 소년 예수로 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편으로 메시아셨지만 다른 한편으로 완전한 한 인간이셨습니다. 또래의 소년들에게처럼 의식주 전반에 걸친 어머니 성모님의 지속적인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이르러 공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출가를 하십니다. 그 이후 성모님의 삶은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마음고생과 더불어 아들 예수님을 향한 밤낮 없는 기도로 매일 매일을 보내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모님의 삶은 아들 예수님을 위한 완벽하고도 철저한 도우미로서의 삶이었습니다. 아들 예수님의 아들인 우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 각자를 향한 성모님의 마음은 예수님을 향한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철저하게도 우리의 도우미이자 동반자, 협조자, 인도자이신 분이 성모님이 확실합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 고민과 걱정거리가 있다면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의 발치 아래 모두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성모님께서 도와주시고 중재해주시고 안내해실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