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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록 작은 목소리라 할지라도 기도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5월 19일 [부활 제5주간 목요일]

오늘날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공동체로 우러러보며 닮기를 원하는 공동체가 있으니, 곧 초대교회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열심한 유다교 신자로서 율법학자요 바리사이로 살던 사람들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가입한 이후, 자신들의 눈으로 볼 때 정말이지 납득하기 힘든 일을 목격했습니다.

새로운 신자들 가운데, 특히 이방인이었다가 그리스도교인이 된 사람들 가운데, 끝까지 할례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통 유다인들은 강경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사도행전 15장 1절)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식습관이 달랐던 관계로 유다 전통과는 상반되는 음식들, 예를 들면 제사상에 올라갔던 음식들, 유다 관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축을 한 짐승의 고기를 먹는 문제는 정통 유다인들의 심기를 크게 거스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는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의 갈등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가 거듭 거론되고, 논쟁이 되다 보니 사도들은 이른바 예루살렘에서 공의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방인들의 사도로서 먼 곳에 파견 나가 있던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 사도는 예루살렘 교회 공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예루살렘에 모인 초기 교회 지도자들은 그간 돌출된 다양한 문제점들과 현안들에 대한 신랄하고 솔직한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오랜 토론 끝에 수제자 베드로 사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임의 결론을 발표합니다. 수제자로서의 고민과 지혜가 돋보이는 발표문입니다.

강경파인 정통 유다인들의 견해도 적극 경청해서 반영하고,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의견에도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일종의 중재안이랄까 타협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므로 내 판단으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고, 다만 그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과 불륜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를 멀리하라고 해야 합니다.”(사도행전 15장 19~20절)

비록 작은 목소리라 할지라도 기도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중재안을 찾기 위해 공의회도 개최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는 초기 교회 공동체 모습이 오늘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