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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리 들어오너라. 여기가 내 집이고 곧 네 집이란다!

5월 13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

 

헨리 나웬 신부님이 큰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비장이 크게 파열되고, 수술 중 출혈이 심해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들도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다행히 헨리 나웬 신부님은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소생하게 되는데…

생사가 오락가락하던 절체절명의 순간 헨리 나웬 신부님 역시 요르단강을 건너갔다가 되돌아온 임사 체험을 했고, 그것을 회복 후 뚜렷이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죽음 체험의 조각들은 나중에 소책자로 엮어 출간되었는데, ‘거울 너머의 세계’입니다.

헨리 나웬 신부님은 죽음 체험의 순간이 너무나 은혜로워 의외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 순간 어떤 크신 분, 따뜻한 분, 충만한 사랑으로 가득한 분의 현존이 느껴졌는데, 예수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답니다.

그 순간 그분께서는 세상 자상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랍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헨리, 잘 왔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문을 하나 열어주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답니다. “이리 들어오너라. 여기가 내 집이고 곧 네 집이란다.”

그 순간 헨리 나웬 신부님은 자신이 평생토록 안고 살아왔던 걱정과 근심, 고통과 슬픔, 죄책감과 우울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신비 체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크신 분의 뜨거운 사랑의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모든 어둠이 사라지는 느낌, 다시 태어나는 느낌, 꿈에도 그리던 영원한 고향에 안착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오늘 요한복음 사가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한 체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요한복음 14장 1~3절)

따지고 보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수명이 다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특급 서비스를 베푸십니다. 당신 아버지 집에 우리 거처를 마련해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친히 다시 오셔서 우리를 그 아버지 집으로 안내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살이가 힘겨워질 때마다, 고통과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마다, 언젠가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올 때마다, 우리는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황공스럽게도 예수님께서 친히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 우리가 길이 머물 자리를 마련해놓으셨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를 그 집으로 친히 안내해주신다는 것을.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