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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모두 빛에서 빛으로 나아갑시다!

5월 11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복음 12장 46절)

복음 구절 안에 빛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언제 어디서든 항상 똑같은 강론을 반복하는 동료 수도자 덕분에 이제는 거의 암기하다시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 빛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빛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 우리는 지금 어디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곰곰이 반추해보니 나름 의미심장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줄창 어둠에서 어둠으로 직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그저 잘 먹고 즐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영혼이나 구원, 진리나 사랑 같은 개념과는 완전 등을 돌리고 살아갑니다. 애완견이나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그에 못지않게 불행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빛에서 어둠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입니다. 애초에는 흘러넘치는 축복과 은총 속에 빛의 삶을 살았지만, 충실성과 항구성의 부족으로 인해 자꾸만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자주 체험하는 유형입니다.

거룩한 아침 미사와 기도를 통해 하루 온 종일 주님 은총의 빛 속에 살았습니다. 순간순간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기도와 일을 삶 속에 조화시켰습니다. 말 마디 그대로 빛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았습니다. 자동으로 뿜어져 나오는 광채에 주변 사람들이 눈부셔할 정도로 찬란한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러나 인간이란 것, 마치 부서지기 쉬운 흙덩이와 같이 나약하고 변화무쌍합니다. 빛의 상태에서 하루를 잘 마감하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술잔을 기울입니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고…엉뚱한 말을 해대고, 이런저런 실수를 연발하고, 빛으로 충만했던 하루가 어둠으로 마무리됩니다.

어떻게든 빛에서 빛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비록 어제 짙은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할지라도 아침이면 아침마다 훌훌 털고, 다시금 빛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매일 매 순간, 어쩔 수 없는 한계와 부족함을 딛고 찬란한 광명의 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오늘 유달리 더 크게 다가오는 이 큰 좌절감과 우울감을 딛고 어떻게든 빛으로 건너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