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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에게는 불꽃처럼 활활 자신을 온전히 불사르고 헌신하는 착한 목자가 필요합니다!

5월 8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성소 주일을 맞아 많은 분들이 큰 걱정을 넘어 탄식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발표된 한국천주교 통계자료 예비 사제·수도자 현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지망자 숫자가 현격히 감소한 것입니다. 어느 한 지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하락세가 심각합니다.

안 그래도 노령화 시대, 현직에서 물러난 사제·수도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입회자 숫자는 거의 절벽 수준이다 보니, 현상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수도회·수녀회들에 있어 공동체나 사업체의 축소나 통폐합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다들 속수무책인 현실을 두려운 시선으로, 절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낙담만 하고 있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너무 비관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령의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불기 때문입니다.

성직자·수도자들의 급감 현상은 평신도 형제자매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교회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선의와 열정을 지닌 훌륭한 평신도 형제자매들은 분명 우리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또 이런 기회에 사제·수도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것입니다. 더 치열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온몸과 마음으로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더이상 회원 숫자나 공동체 숫자, 사업체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내실있는 공동체 생활을 통한 증거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의 삶, 수도자의 삶, 공동체적 삶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겠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쓰러져가는 중세 교회를 거의 혼자 힘으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돈보스코 홀로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청소년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때로 단 한 명의 힘이 이렇게 큰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단 한 명이라 할지라도 불꽃처럼 활활 자신을 온전히 불사르고 헌신하는 착한 목자의 탄생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눈을 뜨나 감으나 오로지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만 생각하는 착한 목자, 그저 양들이 성장하기만을 바라는 착한 목자, 그 양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착한 목자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노력할 때, 사제 수도자 성소 전망을 그리 비관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