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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이름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5월 7일 [부활 제3주간 토요일]

요즘 계속 봉독되고 있는 사도행전을 통해서 우리는 초대교회 공동체가 성장하고 확장되어가는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예수님의 직제자들이었던 사도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수제자였던 베드로 사도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하루는 베드로 사도가 리따라는 고을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팔 년 동안이나 중풍에 걸려 고생하는 애네아스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 사도는 지체없이 그에게 말합니다.

“애네아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고쳐 주십니다. 일어나 침상을 정돈하십시오.”(사도행전 9장 34절)

그러자 꼼짝 못하고 누워있던 애네아스는 베도로 사도의 말대로 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애네아스 입장에서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하느님을 찬양하였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활약상은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야포라는 고을에 타비타라는 여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선행과 자선으로 유명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틈만 나면 가엾은 과부들을 위해 옷을 지어 건넸습니다.

그런 타비타였는데 그녀가 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애통해하면서 그녀의 시신을 씻어 옥상 방에 눕혀 놓았습니다. 그리고 옆 고을 리따로 사람을 보내 빨리 야포로 건너와 주기를 청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후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기도한 다음, 시신을 향해 돌아서서 외쳤습니다.

“타비타야, 일어나시오.”(사도행전 9장 40절)

그러자 놀랍게도 타비타는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를 보고 일어나 앉았습니다. 저같았으면 기겁해서 도망쳤을텐데, 베드로 사도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 다음 사람들에게 데리고 가 그녀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행한 치유와 기적들은 공생활 절정기 예수님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말 한마디에 오랜 중풍병자가 자리를 털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일어나라는 외침에 죽었던 사람조차 소생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가 행한 기적과 스승님께서 행하신 기적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이름으로, 당신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를 보십시오. 기적이나 치유를 하기 전에 반드시 행했던 예비 동작이 있습니다. 스승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주시라고 청했습니다. 그리고 두렵고 떨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기적을 행했습니다. 이것이 명확한 차이점입니다.

내 이름으로가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성령께서 그 자리에 언제나 함께하심을 굳게 믿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늘 자신과 동행하시며 힘이 되어주실 것을 확신했습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했던 사도들이 주님처럼 놀라운 기적을 행한 비결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떠합니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고, 예수님께 청하고, 예수님을 믿기 보다 그저 자신의 이름,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