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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회가 좋던지 나쁘던지 삶의 모든 순간을 복음 선포를 위한 최적의 순간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4월 23일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오늘 사도행전의 말씀은 저같이 작은 자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를 주고 있습니다. “그 무렵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또 이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놀라워하였다.”(사도행전 4장 13절)

예수님께서 부활·승천하신 후 사도들이 세상 앞에 보인 모습은 가히 놀랄만했습니다. 별로 배운 바도 없고, 용기도 부족했고, 믿음도 형편없었던 사도들이었는데, 이제는 완전 다른 모습입니다. 마치 또 다른 예수님을 뵙는 듯했습니다.

이제 사도들은 명실공히 제2의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 공생활 절정기의 예수님처럼 담대히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살아생전 권능이 충만한 주님처럼 놀라운 기적을 행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변화된 사도들의 모습 앞에 유다 지도층 인사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놀랍게 변화된 사도들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제 지난 인생 여정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변화된 제 모습에 저 자신도 깜짝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극도의 가난으로 인해 유치원이라든지 조기 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정규 교육 과정도 겨우겨우 통과했습니다. 수도회 입회 후 어렵사리 신학교에 입학했었는데, 여기저기 시름시름 앓다 보니 제대로 된 신학 과정도 밟지 못했습니다. 나름 큰 포부를 안고 유학이라고 다녀왔지만,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던 관계로, 배운 것이라곤 유학의 쓴맛과 나 자신의 한계에 대한 절실한 체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토록 부족하고 무식한 저이지만, 요즘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한없이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해 어려운 복음 말씀을 잘 가다듬고 정련해서 세상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제 과거를 굳이 들춰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복음 선포는 이 세상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저같이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 저같이 죄가 많고 부당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복음 선포를 지상 과제로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못 배웠으니, 나는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이니, 나는 복음 선포와는 무관한 사람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큰 오산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기회가 좋던지 나쁘던지 삶의 모든 순간을 복음 선포를 위한 최적의 순간으로 여겨야겠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하느님께서 부여해주신 소중한 선물, 탈란트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 선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하느님과 세상, 이웃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