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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패의 밤을 건너온 우리에게 건네시는 주님 위로의 말씀, 와서 아침을 먹어라!

4월 22일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그날 새벽 티베리아스 호숫가 제자들의 마음은 착찹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늘처럼 믿었던 스승님께서 그리도 무기력하고 끔찍하게 세상을 떠나신후, 제자들은 삶의 의미요 기둥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돌아버리겠다는 생각에, 몸이라도 좀 움직이면 나을까 싶어, 야간 작업을 나간 것입니다. 고기라도 넉넉히 잡혀주었다면, 매운탕이라도 끓여놓고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쓰라린 심정을 달랠 수 있었을텐데, 그날 따라 단 한마리도 못잡았습니다.

뭘해도 안되는 자신들의 처지가 한심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해서, 큰 상심에 빠져있는 제자들 사이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등장하십니다. 스승님의 부재상태에서 임재상태로 상황이 전환되자 우울했던 제자단 분위기는 급반전됩니다.

주님이 계시지 않던 밤 바다는 어두웠던 실패의 밤이었지만, 날이 밝아오면서 이른 아침의 신선함 속에 주님께서 다가오셨습니다. 주님의 현존과 부재 사이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주님께서 우리 내면에, 우리 공동체 안에 부재하실 때 풍기는 분위기는 절망과 낙담, 우울함과 나약함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활발히 현존하실 때 풍기는 분위기는 기쁨과 희망, 따스함과 풍요로움, 강한 생명력과 낙천성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절망과 시련의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십니다. 손수 맛갈지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십니다. 실패와 좌절 속에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이 아침에도 실패의 밤을 지새운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다정한 위로의 한 말씀을 건네십니다.“와서 아침을 먹어라.”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지금까지 고수해온 낡은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계명을 선택하라는 초대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더불어 이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 속에 새로운 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헛된 망상의 그물을 거두어들이고 주님께서 건네시는 새로운 그물을 펼칠때 놀라운 사랑의 기적은 계속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