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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친절하고 자상한 동반의 달인이신 예수님!

4월 20일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장애인의 날)]

엠마오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친절하고 자상한 ‘동반의 달인’이십니다. 아직 눈을 못 뜬 미성숙한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배려를 한번 보십시오.

스승 부재 상태에서 큰 상실감과 혼란에 빠져있는 제자들에게 먼저 예수님께서 다가서십니다. 무얼 그리 고민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봐 주십니다. 무지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을 다그치지 않으시고 하나하나 자상하게 설명해주십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 묵으십니다. 식탁에 앉으셔서는 그들에게 손수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기까지 하십니다. 자상함과 친절이 지나칠 정도여서 제자들이 송구스러울 정도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걸었던 짧은 여행길이 얼마나 감미로웠던지, 제자들은 마치 천국의 오솔길을 걷는 듯 했습니다. 그 만남이 마치 짧은 봄날처럼 너무나 아쉬웠던 그들이었기에 예수님께 간절히 청했던 것입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제자들을 향한 이런 예수님의 친절과 지극정성과 배려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 감동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들의 눈을 뜨게 만들고, 그들의 눈을 열어주며, 마침내 예수님을 알아 뵙게 만듭니다. 마침내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 뵌 그들은 그 감동이 얼마나 컸던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상처 입은 영혼들이 너무 많은 이 세상입니다. 외로움에 절망감에 홀로 울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요즘입니다. 예수님을 닮은 자상한 영적 동반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그치지 않고, 너무 앞서가지도 않고, 자상하게 일러주면서, 일으켜 세우면서, 다시금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갈 힘을 줄 동반자, 많은 새들이 거처로 삼는 넉넉하고 큰 나무 같은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빵을 떼어 나누어주실 때, 우리 앞에 확연히 동반자로 나타나십니다. 다시 말해서 매일 우리가 거행하고 참여하는 성체성사 안에서 꾸준히 당신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성체성사가 좀 더 잘 준비되어야겠습니다. 좀 더 경건하고 깨어있는 태도로 임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성체성사를 통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다가오시고, 영성체를 통해 우리 눈이 열려 주님을 뵈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크신 하느님께서 매일 내게 다가오신다는 것, 얼마나 은혜로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내 인생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신다는 사실,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하느님께서 다정한 친구의 모습으로 매 순간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신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듯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