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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라뿌니! 나의 사랑하는 선생님!

4월 19일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별것 아닌 내용인데 장황하고 어렵게 풀어나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난해하고 어려운 주제라 할지라도, 잘 갈고 다듬어 쉽고 친숙하게 우리를 안내하는 책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존경하는 송봉모 토마스 신부님께서 최근 출간하신 ‘요한복음 산책 7, 평화가 너희와 함께’(바오로 딸)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신부님께서는 7권이나 되는 요한복음 산책 시리즈를 통해, 그 어렵고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요한 복음서를 성경 초심자들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계십니다. 흥미로운 예화들과 생생한 체험들이 성경 본문과 어우러져 우리를 요한복음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안내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내신 책은 요한복음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21장~22장,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부활을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예수님 부활 사건의 최초 목격 증인인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송봉모 신부님의 해설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제가 모셔가겠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다시 뿜어져 나오는 대목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의 시신을 자기가 모셔가겠다고 한다. 장정의 시신을 나르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몰약과 침향을 섞어 만든 34킬로그램의 향료 가루와 아마포 수의로 감싸 있는 예수님의 시신을 운반하다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마리아는 그러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녀는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아야!: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자 주님께서는 “마리암!” 하고 부르신다. 아람어로 마리암은 그리스식으로 마리아다. 요한복음은 그리스말로 쓰였기에 마리암을 마리아로 번역한 것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즉시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이 “마리암!”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 자신을 불러주시는 분은 이 세상에 오직 한 분뿐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라뿌니!: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이 자기 이름을 부르시자 즉시 예수님임을 알아본다. 그리고 슬픔과 비탄, 절망으로 죽어있던 그녀의 마음이 순식간에 기쁨과 환희와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된다. 부활을 체험한 것이다. 그러고는 아람어로 “라뿌니!” 하고 외친다. 라뿌니는 ‘나의 사랑하는 선생님’이란 뜻이다. 안셀무스 성인에 따르면 그녀가 “라뿌니!” 하고 외칠 때 이미 그녀의 눈에서는 조금 전까지 흐르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눈물, 환희와 기쁨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요한복음에서 제자들이나 사람들은 예수님을 스승이라는 뜻인 “라삐”라고 불렀다. 라뿌니는 제자가 스승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친밀함과 존경을 가득 담아 부를 때의 호칭이다. 학자들은 이 외침이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최고의 신앙고백이 들어간 외침이라고 한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