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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극도로 고통스런 수난의 여정 가운데서도 그저 우리 걱정으로 노심초사하시던 예수님!

4월 13일 [성주간 수요일]

예수님에게 다가올 참혹하고도 슬픈 운명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묘사한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가 참으로 예언자 중의 대 예언자였음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이사야서 50장 5~7절)

역동적이면서도 능동적이던 공생활 기간이 저물고 수난의 시기가 다가오자 예수님은 갑자기 당신의 태도를 바꾸십니다. 더 이상 적극적이지도 않고, 자기 주도적이지 않습니다. 철저하게도 수동적이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십니다.

당신에게 덮쳐온 피해 가고 싶은 끔찍한 사건들을 거역하지 않으셨습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셨던 수제자 베드로와 유다의 배신 앞에서도 억지로 막지 않으십니다. 당신을 체포하러 온 군사들 앞에서 유유히 빠져나가지 않으시고, 순순히 체포당하셨습니다.

세상 무죄한 당신에게 가해진 끔찍한 채찍질, 열 번 스무 번이 아닌, 수천 번에 달한 채찍질, 과다출혈로 생명조차 위태로울 정도의 채찍질 앞에서도, 등을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군사들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해 수시로 뺨을 맞으시면서도 얼굴을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세상의 창조주, 인류의 구원자 예수님께서 수많은 군중 앞에서 갖은 모욕과 수모를 있는 그대로 당하셨습니다.

그토록 혹독한 고통의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신뢰와 믿음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스스로를 다그치며 외치셨습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이사야서 50장 7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이 세상, 살아남고 견뎌내기가 얼마나 혹독한지 모르겠습니다. 남의 돈 벌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좌절과 수모를 겪어야 하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절망과 슬픔을 맞닥뜨려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수난 당하시는 우리 주님을 바라봐야겠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제자들로부터 배신당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몰지각하고 미성숙한 제자들을 끝까지 존중해주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토록 큰 고통과 수모를 당하시면서도 죄인인 우리를 걱정하시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수난당하시던 예수님, 몸과 마음, 영혼과 정신 모두 극도로 힘겨운 수난의 여정에서도 그저 우리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던 예수님의 슬픈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는 우리의 성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