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반드시 표현되어야겠습니다!

4월 11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혹시 첫사랑 때의 기억이 떠오르십니까? 그를 만나러 가기 전에 어떻게 준비했습니까? 그야말로 난리 났을 것입니다. 옷장을 다 뒤져 이 옷도 입어보고 저 옷도 입어보고, 도무지 방법이 없자, 언니 옷도 몰래 허락도 없이 빌려 입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가 우리 집을 찾아온다면 어떠했을까요? 먼저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겠지요. 평소 잘하지 않던 행동도 할 것입니다. 화사한 꽃을 한 다발 화병에 꽂고 식탁을 장식하겠지요. 뿐만 아닙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18번 요리를 지극 정성으로 준비할 것입니다.

이윽고 그분이 오실 시간이 되면 제일 품위 있거나 예쁜 옷으로 갈아입어야겠지요. 그리고 지을 수 있는 제일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너무 아까워 진열장에 넣어두고 구경만 해온 최고급 양주나 포도주도 한 병 딸 것입니다.

오늘 파스카 축제 엿새 전에 예수님께서는 ‘절친’ 라자로의 집을 방문하셨는데, 그 집에는 예수님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마음속 깊이 흠모하고 있던 라자로의 여동생 마리아가 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본격적인 수난 시기로 들어가기 전 각별히 아끼고 사랑했던 가족을 방문하신 것입니다.

끔찍이도 예수님을 사랑했던 마리아였기에 그녀는 이번 예수님의 방문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을 것입니다. 때로 여성들 직감이나 눈치가 남성들보다 빠르지 않습니까? 이제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될 예수님을 향해 무엇을 해드릴까 엄청 골몰했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을 것입니다. 자신의 재산 목록을 다 훑어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소유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값진 것, 가장 자신이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것입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순 나르드 향유!!! 당시 여성들이 가장 지니고 싶던 소장품 No1 이었습니다.

양을 많게 하려고 물을 탄 다른 향유와는 비교가 안 될 순 나르드 향유 1리트라입니다. 너무나 값비싸고 가치 있는 것이어서 아주 조금씩 꺼내 사용하던 명품 향수였습니다.

평생을 두고 쓸 수 있는 양의 향유였는데, 마리아는 이 향유를 예수님 발에 사정없이 다 부었습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본 유다는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이렇게 외쳤습니다. “저런! 저런! 저게 대체 얼마짜린데!”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긴 머리를 풀었습니다. 그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렸습니다. 이는 당시 그야말로 ‘내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가장 극진한 애정의 표현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오해 사기 딱 좋을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개의치 않습니다. 이제 곧 떠나가실 예수님, 그리도 흠모했던 주님, 참사랑이 무엇인지 깨우쳐주신 예수님의 큰 사랑 앞에 자신이 기울일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합니다.

돌아보니 저 역시 하느님으로부터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마리아의 행동을 바라보니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떠나가실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 재산, 마음, 정신, 목숨, 에너지, 삶 전체를 다 바치는 마리아입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반드시 표현되겠지요. 정성과 진심이 담긴 행동으로 말입니다.

성주간은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 죄인들을 향한 크신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시기입니다. 이제 골고타 언덕을 향해 올라가실 예수님을 향해 우리의 정성과 마음을 표현하는 시기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