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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야에서 고통도 겪겠지만, 동시에 더 강렬한 주님 현존 체험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월 5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성경 가운데 쉽게 읽히는 흥미로운 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책이 있습니다. 민수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파별 야영 위치와 행진 순서, 사제와 레위인들의 임무와 규정, 재물에 대한 규정 등이 끝도 없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비록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구원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민수기에는 두 번에 걸친 인구조사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인구조사는 시나이산에 머물면서 광야 여정을 준비하던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 인구조사는 광야 여정을 끝낸 후 약속의 땅 입구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두 번의 인구조사는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후손에 대한 약속이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모세에 의해 하나의 민족 공동체로 형성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제2차 인구조사는 모압 들판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601,730명이라는 수가 헤아려지는데, 1차 인구조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인데, 이 숫자는 꽤나 상징적입니다. 광야 여정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죄를 지은 이들이나 재난으로 인해 죽은 이들로 인해 인구수가 감소한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광야 여정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중심 주제는 이스라엘 백성의 불평불만입니다. 백성들은 이집트 탈출을 통해 체험한 주님의 능력을 의심합니다. 모세의 권위에 대해 대놓고 불평합니다. 이집트로 되돌아가려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약속의 땅에 대한 주님의 성취 능력이 인간의 불평불만에 부딪혀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불충실과 배신과 적반하장에도 불구하고 약속하신 땅으로 당신 백성을 인도하십니다.

광야 여정 중에 발생한 구리 뱀, 불 뱀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불만과 불신앙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끝도 없는 백성들의 불평불만 앞에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주님께서는 불 뱀을 보내십니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 뱀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모세에게 중재기도를 요청합니다. 진노에는 더디시고 용서에는 재빠르신 주님께서 응답하십니다. 불 뱀에 물린 자들이 살아날 방도를 모세에게 알려주십니다.

여기서 이스라엘 백성은 결정적인 시험대 앞에 서게 됩니다. 모세가 만들어 기둥 위에 매단 구리뱀을 쳐다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백성들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 대한 순종의 시험이자, 동시에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광야에서도 주님의 현존과 권능이 드러나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광야에 대한 큰 의미가 부여됩니다. 광야는 이스라엘의 불신앙에 대한 주님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장소로 부각된 것입니다. 따라서 광야는 인간이 고통당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주님의 현존과 역사하심을 가장 강하게 체험하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사순절이라는 긴 광야 여정을 걸어온 우리입니다. 남아있는 여정 동안 우리는 이 광야에서 고통도 겪겠지만, 동시에 더 강렬한 주님 현존 체험과 은총 체험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