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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님께서 명령하시는 길만 온전히 걸읍시다!

3월 23일[사순 제3주간 목요일]

 

주님께서 총애하셨던 이스라엘 백성과 당신 사이의 관계를 묵상하다 보면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가 때로 자상한 아버지와 막 나가는 막내아들 사이 같습니다. 또 어쩌다 보면 착하고 충실한 남편과 지속적으로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는 불충실하고 부도덕한 아내 사이 같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바라보시는 그 눈길, 그 마음은 그야말로 절절합니다. 사랑을 넘어섭니다. 결국 애증(愛憎), 사랑하기에 미워하고 증오합니다. 주님 당신만 바라봐줬으면 좋겠는데,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가지 말아야 할 엉뚱한 길로 샙니다. 아무리 돌아오라 외쳐도 귀를 막습니다. 그렇게 멀리멀리 떠나갑니다. 주님의 마음은 하염없이 무너져버립니다. 그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너덜거립니다. 그러나 너무도 사랑하기에 마냥 인내하십니다.

그러다 도저히 참다 참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즉 참을성의 임계점에 도달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이번 한 번만 더 참아주자, 또다시 기회를 주지만, 끝끝내 이스라엘은 우상숭배와 윤리·도덕적 타락을 거듭하고 돌아올 줄 모릅니다.

그래도 주님께서는 인내의 달인이시죠. 진노하시고 대폭발하시기 전 또 다른 기회를 주십니다. 당신을 대신한 전령, 예언자들을 보냅니다. 이스라엘의 악행을 낱낱이 고백하며 죽음의 길에서 돌아서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그런 주님의 무한한 인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예언자들의 말에 귀를 막습니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악한 길, 우상숭배의 길, 타락의 길, 죽음의 길,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그저 직진할 따름입니다.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해 걸어갑니다.

이윽고 주님의 거룩한 진노가 시작됩니다. 배신과 불충실에 따른 응분의 조치가 내려집니다. 철저하게 파괴되고 도륙됩니다. 낯설고 머나먼 땅으로 유배를 끌려가고, 길고 긴 종살이가 계속됩니다.

그런 가련한 이스라엘의 모습 앞에 또다시 주님의 마음이 찢어집니다. 다시 한번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자며 새 삶의 기회를 주십니다. 다시금 당신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를 복원시켜주십니다.

이것이 태초부터 지금까지 반복되어온 주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역사입니다. 주님과 교회와의 관계, 더 나아가 주님과 우리 사이에 되풀이되어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는 엄청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주님께서 명령하시는 길만 온전히 걷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매일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입니다. 사악하고 완고한 마음을 버리는 것입니다. 뻣뻣해진 목을 부드럽게 한 후 주님께, 그리고 이웃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