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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고 가난한 한 인간의 작은 외침, 절박한 부르짖음에도 귀 기울이시는 주님!

3월 23일[사순 제3주간 수요일]

요즘 와서 더 많이 갖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공동체나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큰 일, 큰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직무, 작은 일도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 말입니다.

회사나 공동체 대표의 리더십도 중요하지요.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경영 마인드도 필요합니다.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척시키기 위한 임원이나 간부들의 고무와 격려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낮은 자리에서 세부적인 일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일선 직원들, 말단 사원들의 노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조리사나 청소원, 시설관리자들의 조용하고 묵묵한 헌신도 필수적입니다.

저희집만 해도 그렇습니다. 피정객들이 찾아오시면, 잘 준비된 강의나 미사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맛갈진 식사와 깔끔히 정돈된 잠자리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렇듯 작은 것의 소중함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아주 강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오 복음 5장 19절)

크기로 따지면 이 세상 그 어떤 인물보다 크신 예수님이시지만 작은 것들, 작은 사람들,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으시고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시며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시니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한 가난한 인간의 작은 외침, 절박한 부르짖음에도 귀 기울이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상처 입은 한 영혼의 작은 상처에도 큰 연민과 측은지심을 지니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하찮아 보이는 것들, 정말 작은 것들도 그분께는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 너무나 은혜롭지 않습니까? 나같이 보잘 것 없는 한 인간의 작은 고통도 그분께는 아픔이고 상처라는 사실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시는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당부하시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작은 계명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스쳐지나가는 작은 인연 하나라도 귀히 여기는 것입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작은 일들, 작은 봉사, 작은 만남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결국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큰 것, 대단한 것도 중요시 여기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것, 반복적인 것, 구체적인 것,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충실하게 해나가야겠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 큰 사람, 대단한 사람들도 잘 대우하고 환대하지만 내 가장 가까운 가족, 형제, 이웃, 직장 동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작고 소소한 일상들에도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