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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에게는 아버지이자 형제인 사목자, 온유하고 참을성 있으며 자비로운 사목자가 필요합니다!

3월 15일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오늘 꽤나 거친 예수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제 마음속이 뜨끔했습니다. 왜냐하면 한 말씀 한 말씀의 지향점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저희 사제들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에 대한 교부들의 해석은 더욱 신랄하고 강경합니다.

“신분으로 사제인 자는 많으나 행동으로 사제인 자는 적습니다. 자리가 사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제가 자리를 만듭니다. 장소가 사람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장소를 거룩하게 만듭니다. 모든 사제가 다 거룩한 것은 아니지만 거룩한 이는 모두 사제입니다. 그러므로 사악한 사제는 자신의 사제직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을 것이며, 사제직에서 오는 영예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거짓 사제들은 철저하게 이중적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에게는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고 극도로 엄격한 삶의 규율을 지키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는 그다지 엄격하게 굴지 않습니다. 착한 목자는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엄격하고 준엄한 재판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온화하고 관용을 베풀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예수님의 눈과 심기를 거슬렀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보인 눈꼴 사나운 모습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입고 다니던 요란한 옷에 성구갑을 넓게 만들어 매단 것, 그리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어트린 것입니다. 그렇게 웃기는 짬뽕 같은 옷차림을 하고는, 어딜 가던지 거들먹거리면서 상석에 앉고 싶어 혈안이 된 것입니다.

반면 예수님의 참 제자들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들에게는 요란스러운 의상이나 장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용과 본질에 충실했기에, 외적인 것, 부차적인 대상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손에 묶은 유일한 장식은 선행이었습니다. 그들은 거룩한 가르침을 묵상하며, 무슨 일을 하든지 영혼의 눈으로 볼 때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며 하느님의 계명을 지켰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옷자락 술은 자신들이 추구하던 예수님의 덕행이었습니다.

“사목자들! 우리에게는 진정한 사목자들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이자 형제인 사목자, 온유하고 참을성 있으며 자비로운 사목자를 원합니다. 내적으로는 물론 외적으로도 가난하며,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즐기는 사목자를 찾습니다. 만일 한 사목자가 군주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행동한다면, 우리 교회에 그보다 더 큰 악몽은 없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