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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신앙생활보다 더 좋은 우울증 치료제는 다시 또 없습니다!

3월 14일 [사순 제2주간 월요일]

오늘 첫 번째 독서인 다니엘 예언서 말씀은 깊은 절망감과 우울감으로 가득한 요즘 제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주님께서 사랑이요 자비 그 자체이신 분이시면서, 어찌 이리 큰 참담함과 혹독함을 체험하게 하시는지…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주님이십니다. 그분 마음속을 헤아리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주님, 저희의 임금들과 고관들과 조상들을 비롯하여 저희는 모두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다니엘 예언서 9장 8절)

지난 우리의 삶을 더 깊이 성찰할 순간인 듯합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더 유심히 내 발밑을 내려다봐야 할 때입니다. 더 부끄럽게 되지 않기 위해 더 정신 차리고 깨어있어야 할 때입니다.

부디 너무 우울해하지 말길 바랍니다. 초기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아서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로 극복이 가능합니다. 규칙적인 운동, 산책이나 등산, 마음 비우기 작업 등이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극복하기 힘겨울 때는 의사나 전문가의 진단에 따른 처방과 치료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명의(名醫)이자 주치의가 한 분 계십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치유자이신 예수님께 다가갈 때 그분께서 우리를 우울증에서 해방시켜 주십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신앙생활보다 더 좋은 우울증 치료제는 다시 또 없습니다.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 올라가 보니 실망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실망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나 자신과 이웃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결국 실망을 불러옵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 인간이기에 실망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 세상에서 실망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일어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망했을 때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우울증으로 진전되도록 방관하지 말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하느님 자비의 강물에 흘려 보내는 일이야말로 우울증 치료에 최선책임을 강조합니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한다.”(이사야 43장 18~19절)

한편 다윗 임금은 자신에게 다가온 우울증이 하느님 은총과 자비 안에서 완치되었음을 크게 외칩니다.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내리며 어찌하여 내 안에서 신음하느냐? 하느님께 바라라, 나 그분을 다시 찬송하게 되리라, 나의 구원, 나의 하느님을.”(시편 43장 5절)

우리 그리스도교는 철저하게도 희망의 종교입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 때조차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참 그리스도인으로서 취할 태도입니다. 암담하고 울적할수록 주님께 매달려봐야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향후 5년간을 대 피정 기간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뉴스도 끊기로 했습니다. 대신 더 깊이 복음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더 깊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더 인간다운 세상, 더 의로운 세상, 더 복음적인 세상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연대할 바가 무엇인가,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