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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게 와줘서 고맙습니다. 죽어가던 저를 살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잡목과 칡넝쿨, 가시덤불에 둘러싸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소나무 한 그루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이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가련한 아이 같았습니다.

잘 드는 톱으로 잡목을 잘라내고, 굵은 칡넝쿨과 가시덤불을 과감히 쳐주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말라 죽어버린 가지들도 깨끗이 잘라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본래 지니고 있었던 어여쁜 자태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그루를 끝내고 다른 나무로 옮겨가려는데, 말끔하게 단장한 그 나무가 제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게 와줘서 고맙습니다. 관심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죽어가던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게 단장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나무가 제게 한 말은 저 역시 날이면 날마다 주님께 말씀드려야 할 말씀 같습니다.

얼마 전 건장하고 기품있는 청년 한 명을 만났습니다. 어떤 부모님이신지 모르지만, 교육 참 잘 시키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그 청년은 20년 전 저희가 운영하던 청소년 복지시설에서 동고동락했던 유명한 개구쟁이였습니다. 이제는 멋진 신사가 되어 감사 인사를 드리러 온 것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에피소드들을 끝도 없이 나누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런 청년들을 만난다는 것은 살레시오 회원으로 가장 큰 보람이요 기쁨입니다. 그 청년을 보는 순간, 지난 세월 별로 한 것도 없이 죄만 산더미처럼 짓고 부끄럽게 살아왔다는 울적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나도 가뭄에 콩 나듯이 좋은 일도 했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그 만남, 그 존재는 순식간에 제 삶을 화사한 봄날로 바꾸어주었습니다.

변화되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이라는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참 안 바뀐다는 것 또한 피부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봐도 그렇고 동료들을 바라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삶을 바꾸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언제나 작심삼일입니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그렇게 큰 변화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주님께서는 타볼산 위에서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 앞에 제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습니다.

그간 스승님을 탁월한 랍비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줄 영도자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저 한 인간 존재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해 예수님의 신성이 드러난 것입니다. 인간인 동시에 하느님이신 스승님의 모습을 제자들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입니다.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 인간인 동시에 하느님이심을 밝혀주신 예수님의 변모 사건을 묵상하며 오늘 우리도 거룩하게 변모되기를 청해야겠습니다. 인간적, 육체적인 성장과 변화도 추구해야겠지만, 영적인 성장, 거룩함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참사랑은 변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