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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성인의 한결같은 충실성과 우직함의 결과, 주님 구원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3월 1일 [연중 제8주간 화요일]

 

수도회 입회 때가 생각납니다. 각오가 비장했습니다. 주님의 영광과 그분 나라의 건설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즐겨 마시던 술도, 잔뜩 폼 잡고 피우던 담배도, 칼같이 끊어버렸습니다.

친구들에게 다 버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세상도 가족도 뒤로 하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겠다고 외쳤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허세가 대단했습니다. 그 시절 돌아보니 웃기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수도회 입회를 해보니? 버린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원 없이 공부할 좋은 기회를 주셔서 유익한 공부 참 많이 했습니다. 한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 자리와 직책을 주셔서 좋은 아이들, 좋은 사람들 참 많이 만났습니다. 더 크고 많은 가족 친지들이 생겼습니다. 국제 수도회인 관계로 직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으며, 시야와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버린 것은 쥐꼬리만큼이었는데, 얻은 것은 소머리보다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성 요셉 성월을 시작합니다. 요셉 성인의 생애를 묵상해보니, 그분도 참으로 큰 것을, 그리고 많은 것을, 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말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게 될 것이다.”(마르코 복음 10장 29~30절)

요셉은 주님 구원 사업의 성취를 위해 마리아의 약혼자로서의 평범하고 단란한 결혼생활을 포기했습니다. 요셉이라고 어찌 인간적이고 소박한 꿈이 없었겠습니까? 마리아와 혼인해서 남들처럼 자신의 피가 흐르는 자녀들, 후손들이 번성하는 것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요셉은 참 많이 버렸습니다. 주님의 계획을 위해 자신의 계획을 버렸습니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자신의 뜻을 과감히 접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자신의 의지, 희망, 꿈, 그 모두를 남김없이 내던졌습니다.

몽땅 버린 요셉의 부모님이나 가족, 친지들이 받았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부모님은 상심한 나머지 식음을 전폐했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상야릇하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겉으로는 쉬쉬했지만, 돌아서서는 수근거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천성적으로 과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누가 뭐래도 도통 말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일어서라 하시면 일어섰습니다. 걸어가라고 하시면 걸어갔습니다. 한결같은 우직함과 충실성의 결과 주님 구원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요셉 성인의 삶과 생애를 깊이 있게 묵상하고, 작은 것이나마 기꺼이 포기할 줄 아는 성 요셉 성월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