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다시금 어린이의 순수성을 회복할 때입니다!

2월 26일 [연중 제7주간 토요일]

제 개인적으로 올 한 해 동안 ‘하느님의 연인’ ‘상처 입은 치유자’, ‘지난 세기 대 영성가’로 불리는 헨리 나웬(1932~1996) 신부님의 생애와 영성을 열심히 읽고 묵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헨리 나웬의 일생을 종합하면서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는 영원한 소년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연세가 꽤 들었을 때도 삶의 모습이 소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60세 생일 파티 때 어릿광대로 분장하고 나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기를 좋아했기에 꽃값 지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헨리 나웬은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사람, 어린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아직 살아있었을 때였습니다. 고국 네델란드의 위르옌 뵈머라는 목사님이 그에 대한 책을 한 권 썼습니다. 제목이 ‘헨리 나웬, 하느님에 대한 쉼없는 추구’였습니다.

책이 발간되자 저자는 그 책을 헨리 나웬에게 소포로 보내드렸는데, 책을 받아든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엄청 기뻐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제가 쓴 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저에 대해서 쓴 책이 처음 나왔습니다!” 얼마나 자랑하고 다녔는지 모릅니다.

헨리 나웬은 연세 드셨어도 스케이트 보드 타는 것이나 사탕 드시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습니다. 특별히 좋아했던 것이 서커스 구경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공중그네를 그렇게 좋아했었는데…공연이 끝나고 너무나 그게 한번 타고 싶었던 가 봅니다. 그는 서커스 단장을 찾아가서, 유명인 찬스를 씁니다.

“안녕하세요? 단장님, 혹시 헨리 나웬이라고 아십니까?” “네 잘 알다마다요. 저도 그 신부님 책 많이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합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아, 네. 제가 바로 그 헨리 나웬입니다.”“정말 그분이시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제게 무슨 용건이라도?”

“죄송하지만 공중그네가 너무 타고 싶어서요.” “그러시군요. 그럼 좋습니다. 위험하니 안전장치를 해드린 후 태워드리겠습니다. 그래서 헨리 나웬은 꿈을 이뤘습니다. 공중그네의 짜릿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걸 또 장문의 글로 표현했습니다.

헨리 나웬도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어르신, 할아버지라고 불렀을 때, 그렇게 충격을 받고 슬퍼했다고 합니다. 이런 그의 어린이 같은 순수성, 한결같은 소녀 감성, 충만한 단순성이 그를 깊이 있는 영적 생활로 이끌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제자들은 거듭되는 사목활동에 녹초가 되신 예수님을 생각해드리는 마음에 그들을 물리치려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반응이 놀랍습니다. 크게 언짢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르코 복음 10장 14절)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 영적 생활이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무엇인가? 기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고민해봅니다. 너무 힘을 많이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너무 큰 사람이 되어버린 탓이 아닐까요? 너무 높이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금 어린이의 순수성을 회복할 때입니다. 어린이의 천진난만함, 어린이의 단순성을 복구시킬 때입니다. 어깨에 가득 들어있는 힘을 뺄 때입니다. 다시 한번 아래로 내려설 필요가 있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