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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혹시라도 나는 존재 자체로 누군가를 죄짓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2월 24일[연중 제7주간 목요일]

 

바람 소리,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한적한 시골에서, 하루 온종일 일만 하다 보니, 시골 어르신들 심정이 백 퍼센트 이해가 됩니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영감님도 세상 떠난 지 오래고, 조용한 시골에서 혼자 사는데 먼 죄가 있겠수?”

사실 그렇더군요. 환경이나 나이를 무시 못 하겠더군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대인 관계의 폭을 줄이면서, 아무래도 죄를 덜 짓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돌아봅니다. 혹시라도 은연중에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죄는 무엇인가?

요즘 때가 때인 만큼 본의 아니게 짓는 죄가 꽤 많더라구요. 주님께서 착하고 가련한 우리나라 백성을 어련히 알아서 좋은 길로 인도하실 텐데, 미리 걱정하고, 미리 예단하며, 하느님께 따지고 한탄하는 것도 죄인 듯합니다.

‘하느님! 어떻게 우리 민족에게만 이다지도 가혹하십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저리도 하나 되어, 알콩달콩 편히 살게 하시면서, 어찌 우리나라만은 남북으로 찢어놓으시고, 그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 놓으시고…어디 그뿐인가요? 이념과 사상으로, 빈부와 세대로 갈라놓으시니,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하시네요!’

어디 그뿐인가요? 불쑥불쑥 미워하는 감정이 솟구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죄를 자주 짓습니다. 이러지 말아야 하는데도 얼굴이 화면에 등장하기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존재 자체로 분노를 유발시키는 사람들 때문에 죄를 많이 짓습니다. 따져보니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분노를 돋구니, 분노유발자들, 그야말로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참으로 밉습니다. 선량한 우리 백성들을 오랜 세월 동안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몰아간 몰지각한 정치인들과 그들과 한배를 탄 사이비 언론 세력들이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저도 제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나도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분노를 유발시키며 죄를 짓게 하는 것은 아닌지? 행동거지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 신중해야겠다는 성찰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이스라엘의 다윗 성왕이나 세종대왕이 환생한다 할지라도 국정을 운영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한숨만 내쉬며 걱정하고 있기도 그래서, ‘올바른 지도자 선출’이라는 지향을 두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부족한 듯해서 나라를 위한 9일 기도를 바치려고 준비 중입니다.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남아있는 기간 동안 걱정하고 분노하기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 기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기도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노력도 해야겠습니다. 이제 두 번 남아있는 대선후보 tv 토론회(2월 25일, 3월 2일)를 꼼꼼히 챙겨봐야겠습니다. 지금 이 시대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에서 필요한 지도자가 누구인지 간절한 기도 안에서 식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쓰레기 기자들이 양산해내고 있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참으로 엄중한 순간에 서 있습니다. 탁월한 지도력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끊임없는 대화 속에 균형 잡힌 외교력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평화로운 공존 분위기를 강화하고 지속시킬 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주택,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산, 이념 간의 갈등 등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갈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갈등과 분열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균형 잡힌 통합을 추구하는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대내외적으로 이토록 엄중한 시기,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내 나라 공동체 운명의 키를 단 1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 생뚱맞기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 국가 중대사를 도사님들이나 무속인들의 점괘에 의지해서 결정하는 사람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을 무리겠지요. 다만 겸손하고 상식적인 사람,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 이성적이면서도 기본적인 대화 능력을 지닌 분이어야겠습니다. 눈 씻고 봐도 그런 후보가 없다 하시면, 그래도 방법이 있습니다. 덜 교만한 사람, 덜 비상식적인 사람, 덜 비이성적인 사람을 찾으시면 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