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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적인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다 경이로움의 대상이요, 매 순간이 기적의 연속입니다!

2월 14일[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옆에서 지켜보기에 너무나 안쓰러웠던 투병 생활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한 형제의 간절한 바람이 아직도 제 귓가에 남아있습니다. 그 간절한 바람이란 것이 제게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분에게는 그렇게 간절했나 봅니다.

“칼칼한 육개장 한 사발에 공깃밥을 말아 훌훌 먹어 봤으면…시원한 물 한 컵 벌컥벌컥 들이 마셔 봤으면…평소 그리 좋아했던 옥수수 한 자루 파도소리 철렁이는 바닷가에서 낚싯대 한번 드리워 봤으면…”

따지고 보니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극히 작고 평범한 일상의 일들이 어떤 분들에게는 엄청난 기적이요 표징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주변을 곰곰이 살펴보면 일상의 모든 흐름들이 표징입니다.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기를 쓰고 눈을 부릅뜨고 기적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회심하면, 우리가 제대로 영적인 눈을 뜨게 되면 주변의 모든 것이 다 경이로움의 대상이요, 매 순간이 기적의 연속입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변화되지 않고 회심하지 않는 바리사이들 앞에 예수님께서 깊이 탄식하십니다. 탄식은 어떤 때 나오는 것입니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때, 정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 때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과 함께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탄식하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종착지가 바로 코앞인데, 구원이 바로 눈앞인데, 영원한 생명이 이렇게 자기들 가까이 있고, 금방 손에 넣을 수 있는데, 그것을 외면하고, 거부하고, 발로 차버리는 바리사이들 앞에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터져 나온 탄식이었습니다.

그간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보여준 기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간 예수님의 손으로 치유의 은총을 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빠져나간 악령들, 죽음에서 되살아난 사람들…그 모든 하늘의 표징들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확인했던 바리사이들이었건만,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메시아의 능력을 자신들의 눈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승복하여 예수님께 돌아서기 위해서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저 호기심에, 그저 장난삼아, 애초부터 신앙의 눈이 아니라 적개심과 불신으로 가득 찬 눈으로 예수님에게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바리사이들의 모습 앞에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비애감과 실망감은 하늘을 찔렀을 것입니다. 극에 달한 바리사이들의 불신과 적대감, 꽉 막힘 앞에서 너무나 안타까웠던 예수님께서는 가슴 아프셨겠지만 그들에게서 기대와 희망을 접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남겨두고 떠나십니다. 영혼의 눈이 먼 그들이었기에, 바로 자기들 눈앞에 다가온 구원을 놓치는 일생일대의 과오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혹시라도 오늘 우리 내면에 그 옛날 바리사이들의 그 완고함과 옹졸함, 적대감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실망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떠나가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일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