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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결국 우리 인간의 결핍이 하느님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2월 12일[연중 제5주간 토요일]

어린 시절 동네 마을 잔치 풍경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잔칫날에 되면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조무래기들, 지나가던 행인들, 걸인들조차 너 나 할 것 없이 와서 뜨끈한 국밥이며 떡이며 한 상씩 받습니다.

없이 살던 시절, 깡통 들고 다니며 구걸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당시 걸인들에게는 이 동네 저 동네 잔칫날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 누구라도 와서 원 없이 주린 배를 채우던 동네잔치를 떠올리며 하느님 나라를 생각합니다.

하느님 나라, 과연 어떤 곳인가 묵상해봅니다. 흥겹고 정겹던 동네잔치 분위기 같지 않을까요? 하느님 나라의 우세한 특징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풍요로움일 것입니다.

육적인 먹거리뿐만 아니라 영적인 먹거리도 흘러넘치는 곳, 지상에서의 모든 결핍과 제한이 원 없이 충족되는 곳, 기쁨도 감사도 흘러넘치는 그런 곳이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요?

더 이상 차별도 없고, 더 이상 그 누구도 풍요로움에서 제외되지 않는 곳, 모두가 하느님 은총을 흘러넘치게 받고 또 받는 곳이 하느님 나라일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했던 군중들은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을 통해 잠시나마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서 체험했습니다. 예수님의 그 너그럽고 넉넉한 마음에 군중들은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시는 기적, 그 기적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드러내심, 하느님 나라 도래의 선포,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성 확증…

생각해보니 또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측은지심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측은지심의 발로는 또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부족함과 나약함입니다. 인간인 이상 항상 끼고 사는 죄와 결핍입니다.

하느님께서 왜 우리 인간을 당신 눈동자처럼 애지중지 여기시고 영원한 생명과 구원에로 인도하시는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쌓아온 선행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 마음에 딱 드는 예쁜 행동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당신 계명에 고분고분 따랐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우리의 한계, 우리의 죄, 우리의 눈물, 우리의 고통…이런 우리 인간의 결핍이 하느님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며, 그 결과가 결국 구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결핍은 곧 있을 하느님 축복의 한 표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 우리가 견디고 있는 이 모든 불행 역시 오래 가지 않아 변화될 하느님 위로의 손길이라 저는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최악이라면 머지않아 하느님 도움의 손길이 다가오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우리가 생의 가장 밑바닥에 서 있다면, 올라갈 순간이 멀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지금 눈물 흘리고 있다면, 지금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면, 사랑의 하느님께서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심이 확실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