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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자들은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각별한 존재, 수난당하는 예수님이십니다!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금요일(세계 병자의 날)]

 

벌써 30년이 더 지났네요. 199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1920~2005, 교황 재위: 1978~2005)께서는 세계 병자의 날을 제정하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세계 병자의 날을 제정하신 이유가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병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습니다. 교황님 자신도 살아생전 수많은 고통을 겪으셨고 말년에 이르러서는 심각한 병고로 인해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겼으셨습니다.

한번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최측근에서 보좌하였으며, 후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되신 요셉 라칭거 추기경에게 이런 말씀을 건네셨답니다. “내 인생에서 십자가라는 말은 그냥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는 심각한 고통 앞에 괴롭다, 힘겹다고만 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통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에 충실하셨습니다. 고통 역시 일간 존재의 한 부분이심을 아셨습니다. 고통과 질병과 공존하고 친구가 되는 법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고통과 질병을 기꺼이 끝까지 잘 견뎌내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큰 아픔을 겪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형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젊은 시절 독일군 트럭에 치이는 대형 교통사고를 겪기도 했습니다.

나치 체제하에서 정신적 고뇌를 거듭했고,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힘겨운 성직자로서의 생활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교황좌에 오르시고 나서도 암살자의 손에 저격당해 생사의 위기를 넘나들기도 하셨고, 수많은 해외 순방은 그의 몸을 탈진 상태에 빠지게 했습니다. 더구나 노년에 접어드셔서는 파킨슨병으로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셔야 했습니다.

이렇게 고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아셨던 교황님이셨기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습니다. 교황 취임식 때 맨 앞줄에 병자들을 앉게 하심으로 고통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셨습니다. 해외 순방 중에는 항상 환자들, 고통받는 사람들, 장애인들을 우선적으로 만나고 싶어하셨습니다.

이렇게 병자들을 배려하고 환대하는 교황님의 모습에서 세상 사람들은 고통에도 의미가 있구나, 고통당하는 인간 역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선임 교황님의 이런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계십니다. 오늘 2022년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담화문을 읽다 보면 교황님께서 병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이들을 얼마나 극진히 사랑하시는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병자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랑의 최고 증인은 그분의 외아드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만나신 이야기를 수없이 들려주지 않습니까?”

“팬데믹 시대,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집중 치료실에서 자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세상과 단절된 채로 외롭게 맞이하고 있는 환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보건 의료 종사자 여러분, 여러분이 병자들 곁에서 사랑과 힘을 다하여 실천하는 봉사는 직업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의 사명이 됩니다. 고통받는 그리스도의 몸을 어루만지는 여러분의 손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신 손길의 표징이 됩니다.”

“가톨릭 보건 의료 기관은 지속적으로 보호받고 존속되어야 하는 값진 보화입니다. 이들의 존재는 우리 교회가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 곁에 있음을, 병자들이 무시당하는 상황에서도 교회가 늘 그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병자 방문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모든 제자에게 하시는 초대입니다. 얼마나 많은 병자와 연로한 이들이 집에서 머물며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치유자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모든 병자와 그 가정을 맡겨드립니다. 그들이 세상의 고통을 짊어지신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의미와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기를 빕니다.”

나는 아직 젊고 쌩쌩하니 병과는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세월은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어느새 우리 역시 이런저런 병고에 시달리며 고생할 날이 순식간에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 병자 후보자가 100퍼센트 확실합니다.

주변의 병자들이 오늘 겪고 있는 사무친 고통과 외로움을 나 몰라라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병자들은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각별한 존재, 수난당하는 예수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들은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수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