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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참으로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2월 9일[연중 제5주간 수요일]

때로 나 자신이란 존재 제가 봐도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제 속에 뭐가 그리 내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때로 태평양보다 더 넓은 마음의 내가 있는가 하면, 때로 송곳 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속 좁은 내가 있습니다. 때로 시속 500킬로의 테제베같이 성급한 성격의 내가 있는가 하면, 때로 나무늘보보다 더 느긋한 내가 있습니다.

비단결보다 더 고운 너그러운 천사 같은 내가 있는가 하면, 눈빛이며 얼굴이 무섭고 기괴한 사탄 같은 내가 있습니다. 오늘 비록 내가 천사로 산다 할지라도, 내일 사탄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우리네 삶입니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나입니다.

오늘도 제 안에 들어있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곰곰이 헤아려 볼 일입니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왕이면 선한 것들, 가치있는 것들,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들로 가득 채워나가야겠습니다.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부패할 것들, 역한 냄새 풀풀 풍겨, 나 자신을 더럽히는 것들, 주변 사람들 괴롭힐 것들은 자꾸 비워내야겠습니다. 그것은 오늘 예수님께서도 언급하신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코 복음 7장 20~23절)

정녕 인간을 오염시키고 부패시키고 타락시켜 추하게 만드는 것은 외적, 물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옷 좀 떨어졌다고 그 사람이 더러운 사람이겠습니까? 몸에 흙탕물이 좀 튀었다고 그 사람이 지저분한 사람이겠습니까? 샤워 한 며칠 안 한 사람을 두고 타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인간을 오염시키고 타락시키는 것은 인간의 내면, 인간의 영혼과 관련된 것, 다시 말해서 죄입니다. 그 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오늘 예수님께서 잘 나열하신 것입니다.

당시 오류와 편협된 사고에 빠진 바리사이들은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을 사물의 외적인 상태에 두었습니다. 그 사람의 내면이 어떠하든, 그 사람 영혼의 상태가 어떠하든, 그 사람이 맺고 있는 하느님과의 관계가 어떠하든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로지 그의 몸 상태가 청결한가 아닌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율법의 세칙에 따라 그가 손을 씻어야 할 때 손을 씻었는지, 발을 씻어야 할 때 발을 씻었는지, 그것만 뚫어지게 쳐다 봤습니다.

이런 바리사이들의 한심한 모습에 예수님께서는 개탄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씻는 예식과 관련된 그들의 외적, 형식적, 유아기적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격하십니다. 예수님에게 있어 보다 우선적인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예수님께는 몸의 청결 상태보다 마음의 청결 상태, 영혼의 청결 상태, 정신의 청결 여부가 더 중요했습니다.

진정으로 깨끗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몸의 청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우나에 가는 사람일까요? 하루에 적어도 5번 샤워를 하는 사람일까요? 매일 외모 관리에만 5시간 이상씩 허비하는 사람일까요?

정녕 깨끗한 사람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입니다. 진정으로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참으로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샤워 중의 샤워는 영혼의 샤워입니다. 정말 신경 써서 씻어야 할 곳은 우리의 마음이요 영혼입니다. 하느님과 우리 인간 사이를 분리시키는 죄와 악습을 먼저 씻어야 합니다. 하느님보다 나를 우위에 두는 극단적 이기심과 하늘을 찌르는 교만함을 먼저 씻어야 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