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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네 삶에서 보다 본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늘 고민해봐야겠습니다!

2월 8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고통이 이루 말로 다 표현 못 할 상황이지만, 그로 인해 전국민적 위생 관념이 대폭 개선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게으른 편이라 손을 잘 씻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틈만 나면 손을 뽀득뽀득 잘 씻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유다인들은 참으로 시대를 앞서 살았습니다. 의료 수준이 열악하던 시절, 틈만 나면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절, 잘 씻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그들은 일찌기 파악했던 것입니다. 부모들은 자녀 교육시 가장 먼저 잘 씻는 예절부터 철저하게 가르쳤습니다.

유다인들의 이러한 위생 관념은 그들의 율법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고, 정결예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식사 전후, 외출 전후뿐만 아니라, 기도나 예식 전에도 손을 씻기 시작했습니다.

정결례는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점점 확대되어, 인간이 사용하는 잔이나 그릇 등 생활용품에도 적용되었고, 나중에는 아주 엄격하게 적용되어, 이를 어길 시 강경한 질타와 처벌이 뒤따랐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정결례에 관한 규칙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규칙이 또 규칙을 낳고, 또 규칙을 낳았습니다. 얼마나 규정들이 늘어났는지 탈무드 제1부의 6권 전체가 ‘씻는 규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시장에 갔다가 귀가했을 때, 아주 엄한 정결례 규정이 적용되곤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죄인들이나 이방인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기에, 그래서 몸이 많이 더러워지기에 50리터 이상 들어갈 수 있는 물통에 팔꿈치까지를 넣어 손을 씻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흐르는 물에 팔을 씻어야 했습니다. 랍비들은 이런 규정을 실천하기 위해 4마일(약 6.4Km)을 걸을지라도 고생으로 여기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바리사이들이 웃기는 것은, 별것도 아닌 손 씻는 예식은 목숨 걸고 지켰지만, 정작 중요한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가르침은 소홀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나 몰라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통 유다 신앙인이라고 자처했습니다. 이런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 앞에 예수님의 심기가 많이 불편해진 것입니다.

한 수도원에 들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들고양이지만 색깔도 연한 갈색에다 물결무늬까지 아주 잘 나왔고, 더구나 꽤나 붙임성이 있었습니다. 수사님들과 자연스레 친해진 고양이는 마치 집고양이처럼 편안히 지내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수사님들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주제는 고양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였습니다. 결과는 한 식구로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한식구로 받아들여진 고양이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식탁 위에도 올라오지를 않나? 기도 시간에도 성당에 들어와 다른 수사님들을 따라 꾸벅꾸벅 졸지를 않나?

할 수 없이 수사님들은 제2차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번에도 주제는 고양이였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다들 그간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겪었던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았습니다. 장시간에 걸쳐 열띤 논쟁이 거듭되었고, 마침내 꽤 두툼한 볼륨의 고양이 관련 규칙서가 마련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꽤나 웃기는 예화입니다만, 사실 유다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안식일 규정이며, 정결 예식 규정들도 다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정결 예식 규정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그릇된 패라다임을 한 마디로 산산조각 내십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마르코 복음 7장 6절, 8절)

우리네 삶에서 보다 본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늘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늘 점검해봐야겠습니다.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것에 너무 몰입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것, 좋으신 우리 주님, 사랑스런 동료 인간, 불멸의 사랑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습니다.

주님 앞에 설때 몸도 깨끗이 씻지만, 마음과 영혼과 의지도 정결하게 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