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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성 생활 안에서 자만이나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2월 7일 [연중 제5주간 월요일]

 

이번 주간 첫 번째 독서인 열왕기 상권을 통해 우리는 솔로몬 왕(BC 971~931)의 삶과 신앙, 특히 그의 흥미진진한 흥망성쇠 스토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가 다스렸던 시절은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가장 잘 나가던 순간이었습니다.

솔로몬은 주님을 향한 신앙 뿐 아니라, 탁월한 리더십, 건축과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잠언을 3천 개나 지었으며, 천 다섯 편이나 되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주님께서는 그에게 특별한 지혜와 뛰어난 분별력과 넓은 마음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따라서 주변의 많은 임금들이 솔로몬의 지혜에 대해 칭송했고 배우고자 애를 썼습니다.

특히 남쪽에 위치한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을 한번 만난 뒤로 열혈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녀가 솔로몬을 찾아온 최초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솔로몬이 정말 항간의 소문대로 지혜로 충만한 사람인가 시험해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잔뜩 준비해온 그녀는 마침내 퀴즈 보따리를 솔로몬 앞에 잔뜩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문제를 내는 족족 그 자리에서 정답을 알아 맞췄습니다. 솔로몬의 탁월하고 비상한 지혜 앞에 스바의 여왕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칭찬에 칭찬을 거듭했습니다.

“임금님의 지혜와 영화는 내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언제나 임금님 앞에 서서 임금님의 지혜를 듣는 이 신하들이야말로 행복합니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의 마음에 드시어 임금님을 이스라엘 왕좌에 올려 놓으셨으니 찬미 받으시기를 빕니다.”

놀랍게도 스바의 여왕은 자신이 가져온 금 120 탈렌트, 오늘날 단위로 환산하면 약 4톤의 금과 엄청난 양의 향료, 보석들과 당시 최고급 목재로 손꼽히던 자단나무도 내려놓았습니다.

솔로몬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정적(政敵)들을 하나씩 가차없이 숙청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했습니다. 정적들을 제거한 뒤 측근들을 군대·정부·종교기관의 요직에 앉혔습니다. 또한 여러 주변 국가들과 군사 동맹을 맺음으로써 왕권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백일 붉은 꽃 없다더니, 솔로몬의 지혜와 분별력, 부귀영화도 세월 앞에 부질없었습니다. 그 지혜롭고 영특하던 솔로몬도 나이를 들어가면서 분별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뭐든 적당했어야 했는데,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그 끝이 참으로 비참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대적인 건축에 대한 솔로몬의 과욕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솔로몬이 대대적인 건축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동족 이스라엘 백성을 동원해야만 했습니다. 장정들은 3개월마다 한번, 1개월씩 강제노동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제성을 띤 행정구역 개편, 이해할 수 없는 세금 징수 방법 등이 백성들의 대대적이고 노골적인 반대에 불을 지폈습니다. 말년에 자기중심을 잃어버린 솔로몬은 우상 숭배에 깊숙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거듭된 주님의 만류와 경고에도 전혀 ‘말빨’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상 숭배를 위한 산당을 지었습니다. 잡신들 앞에 향을 피웠고 재물을 바쳤습니다.결국 왕국이 둘로 분열되고 마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솔로몬이 그토록 급격히 추락하게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그가 거느렸던 이방인 아내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사리분별력이 흐려진 그는 이미 간교하고 요사스런 이방인 아내들을 감당할 내공을 상실하고 만 것입니다. 그 결과 그는 주님으로부터의 큰 진노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초심을 지속적으로 지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솔로몬의 인생 전체를 통해서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깊은 신심에다 겸손까지 겸비했던 솔로몬, 그래서 주님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솔로몬이었지만, 잠시 방심하는 틈에 초심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세상 초라하고 부끄러운 말년을 보내다가 쓸쓸히 무대 뒤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영성 생활 안에서 자만이나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주님의 안전한 날개 아래 자리 잡고 있다 할지라도, 절대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늘 우리 자신의 발밑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부족함을 헤아리고 가슴을 치며, 겸손하게 주님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