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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군가가 내가 너무 보고 싶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가요?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옆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신명나는 예수님과 제자 공동체의 모습이 오늘 마르코 복음서에 소상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복음 선포를 위한 사목 실습을 떠났던 제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둘씩 짝지어 떠났던 제자들은 돌아오자마자 앞다투어 스승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 큰 원으로 둘러앉은 제자들은 복음 선포 활동 중에 겪었던 성과와 보람들, 힘겨웠던 순간들,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신나게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설마 설마 했었는데, 스승님 이름으로 기도하니 마귀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제 손으로 치유시킨 사람만 다섯입니다.

어딜 가나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핵심만 말하면 좋을 텐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횡설수설하며 보고 시간이 늘어지는 제자를 향해 여기저기서 용건만 간단히 말하라고 웅성거렸습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예수님의 얼굴에는 대견스런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제자들의 제1차 선교 활동에 대한 나눔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군중은 계속 몰려왔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삥 둘러쌌습니다. 요기라도 하든지, 잠시라도 머리를 눕혀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외딴 곳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예수님 일행이 탄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빨리 그들을 만나려고 육로로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일행이 배에서 내리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지에 모여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과 함께 있기 위해, 당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무엇인가를 간절히 청하기 위해 뛰기까지 하며 따라다니는 군중을 보신 예수님의 시선은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여러분들 혹시 누군가를 너무 깊이 사랑해서, 그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 뛰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천 년 전 가난한 백성들에게 예수님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뵙고 싶어 뛰어다니던 매력적인 존재.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착한 목자의 표상이신 돈보스코가 그랬습니다. 토리노 시내의 한 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한 청소년이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아이의 눈에 가게 앞을 지나가는 돈보스코의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웠던 그 아이는 갑자기 이성을 상실했습니다. 들고 있던 빗자루를 내팽개치고 돈보스코! 하고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급한 마음에 유리창이 있는 줄도 모르고, 유리창을 뚫고 뛰쳐나갔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조금도 다친 곳이 없었습니다. 물론 돈보스코는 가게 주인에게 초대형 유리값을 물어주어야만 했습니다.

사목자로서의 제 모습을 깊이 성찰합니다. 누군가가 내가 너무 보고 싶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가요? 누군가가 세파에 시달리다가도 내 얼굴을 떠올리며, 파이팅! 하며 힘을 내고 있는가요?

요즘 교회도 여러모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 양들의 슬픔을 내 슬픔으로 여기는 사목자, 양들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여기는 사목자들이 늘어날 때, 우리 교회는 분명 희망이 있습니다.

세상과 일에 지친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 이런 제안을 건네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가끔 일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외딴곳을 찾아가야겠습니다. 내려놓으면 큰 일 날 것 같은데, 정작 내려놓아도 아무 일 없으니, 안심해야겠습니다. 만사 제쳐놓고 푹 좀 쉬어야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의 쉬어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