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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녕? 친구들, 어떻게 지내지?

1월 31일[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

오늘 저희 살레시오회 창립자 돈보스코 성인(1815~1888)의 축일입니다. 성인께서 그리도 사랑하셨던 청소년들과는 이제는 멀찌감치 떨어져 하루 온 종일 청소나 세탁, 조리나 벌목으로 보내고 있는 제 모습이 많이 서글펐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언제나 피 끓는 청춘입니다. 언제나 갈 곳 없는 아이들을 향한 불타는 사랑으로 이글거립니다.

젊은 사제 돈보스코가 밤낮 가리지 않고 토리노 뒷골목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발도코에 인접한 그로사 도라 가리를 지나다가 그는 마주 오는 20여 명의 껌 좀 씹는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돈보스코와 오라토리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돈보스코를 본 아이들은 사제들을 조롱하는 말을 하며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돈보스코는 못 들은척하며 아이들에게 다가가 인사했습니다. “안녕? 친구들, 어떻게 지내지?”

아이들의 대답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참으로 놀랍습니다. “잘 못 지내는데요, 신학박사님, 목이 마른 데 땡전 한 푼 없어요. 마실 것 한잔 사주시겠어요?”

돈보스코는 가까이 있는 카페로 그들을 데리고 가 주머니를 탈탈 털어 모두에게 음료수를 한잔 씩 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목을 축이고 어느 정도 평온해졌을 때 돈보스코가 말했습니다. “애들아, 너희가 내 친구가 되고 싶다면 오늘 저녁에 누군가가 했던 것처럼 하느님과 예수님을 모독하는 말은 하지 않으면 좋겠구나.”

음료수까지 얻어먹었겠다, 아이들은 그러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신이 난 돈보스코는 그 아이들을 자신의 오라토리오로 초대했습니다. “좋아, 참 고맙구나. 주일에 오라토리오에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게. 이젠 여기서 나가야겠다. 애들아, 이제 집으로 가거라.”

아이들의 대답에 또한 기가 막혔습니다. “저희는 집이 없어요.” 할 수 없이 돈보스코는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의 숙소인 발도코로 돌아왔습니다.

오라토리오에 도착한 돈보스코는 아이들에게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바치게 했습니다. 본격적인 기숙사가 없었기에 여기저기 적당한 장소에 그들의 침구를 펼쳐놓고 잠이라도 편안히 자게 배려해주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돈보스코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자고 있던 장소로 가보았습니다.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아이들은 어제저녁에 깔아준 담요와 이불을 챙겨서 가버린 것입니다. 그만큼 1800년대 중반 이탈리아 토리노 뒷골목 청소년들이 직면한 처지는 열악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소나기가 억수같이 퍼붓던 5월의 어느 날, 돈보스코와 어머니 마르가리타는 누군가가 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아이가 그 모진 비를 온몸으로 흠뻑 맞고 서 있었습니다. 많이도 말고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돈보스코를 잘 알고 있던 사람이 그 딱한 아이에게 그리로 가보라고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돈보스코와 어머니 마르가리타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를 부엌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따뜻한 불가에 앉힌 다음 옷을 말리게 했고, 따뜻한 스프와 빵 몇 조각을 건넸습니다. 아이가 지독한 허기를 채운 뒤 돈보스코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의 대답을 들은 돈보스코의 눈은 눈물로 그렁그렁했습니다.

“저는 고아예요. 벽돌공인데 일자리를 찾으러 며칠 전에 발세시아에서 왔어요. 3리라를 갖고 있었는데 일자리를 얻기도 전에 다 써버렸어요. 이제 저는 한푼도 없어요.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요.”

여러분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들이 저 아이의 입장이었다면… 아이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설명한 후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련한 아이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본 돈보스코와 어머니 마르가리타 역시 눈시울을 적시며 아이의 잠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14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살레시오회 오라토리오 기숙사의 첫 출발점이 된 은혜로운 사건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런 소나기가 데려온 그 아이의 오라토리오 입소 이후 수십, 수백, 수천, 수만명의 아이들이 그 뒤를 이어 살레시오 오라토리오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돈보스코가 만난 아이들, 클라우디오 루소, 돈보스코 미디어)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