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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이 또한 지나갑니다!

1월 28일[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이렇게 명령했습니다.

“나를 위해 있는 멋진 반지 하나를 만들라. 그 반지에는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도록 하라.”

다윗 왕의 부탁에 세공인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반지에 새길 마땅한 글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공인은 나이가 어렸지만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솔로몬 왕자는 이런 글귀가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갖은 유형의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건강과 질병,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사실 시간과 더불어 ‘이 또한 지나갑니다.’

다윗왕은 이스라엘 왕 중의 왕, 성왕(聖王)으로 손꼽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 안에 그가 남긴 족적은 정말이지 찬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하여 강력한 왕조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을 수도로 세웠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두고두고 그의 업적을 찬양했습니다.

다윗왕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은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출중한 외모와 탁월한 언변, 심오한 지혜와 다재다능함으로, 그는 즉위 내내 전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주님으로부터 큰 사랑과 축복도 아낌없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윗왕도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이었습니다. 큰 유혹 앞에 여지없이 넘어지고 마는 우리와 비슷한 한 나약한 인간이었습니다. 사실 그가 저지른 죄는 되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큰 죄였습니다. 충신 중의 충신이었던 장군 우리야의 아내를 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덮기 위해 갖은 계략을 다 세우고, 끝끝내 우리야를 가장 위험한 전쟁터로 내보내 죽게 합니다.

어제 천국을 살았던 다윗이 오늘 죄의 구렁텅이 속, 다시 말해서 지옥을 살고 있습니다. 어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성왕(聖王)이었던 그였는데, 오늘은 나탄 예언자로부터 고발당하고 지탄받는 부끄러운 죄인으로 서 있습니다.

순식간에 심연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진 다윗왕의 부끄러운 경험은 오늘 우리들 안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지난 삶을 돌아보면 다윗왕과 도진개진의 모습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태도가 지속적인 겸손, 한결같은 겸손의 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큰 죄를 짓고 난 다윗왕, 나탄 예언자로부터 신랄한 고발을 당하고 난 다윗왕의 모습이 또한 놀랍습니다. 고발하는 세례자 요한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린 헤로데 왕처럼, 다윗왕도 고발자 나탄의 목을 날려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왕은 즉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뉘우칩니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사무엘기 하권 12장 13절)

그러자 나탄 예언자도 즉시 다윗왕에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임금님의 죄를 용서하셨으니 임금님께서 돌아가시지는 않을 것입니다.”(사무엘기 하권 12장 13절)

다윗왕은 죄인인 우리가 하느님 앞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아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윗왕처럼 용서받고, 다시 한번 하느님 앞에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구질구질한 변명이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잔머리가 아니라, 솔직하고 즉각적인 회개! 바로 그것이 필요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