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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의 작은 나눔이 위대한 빵의 기적의 원동력이자 구심점, 출발점이 됩니다!

1월 4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혹시라도 이삼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쫄쫄 굶어본 적이 있습니까? 단 하루만 굶어보십시오. 눈이 핑핑 돌면서 오로지 머릿속은 먹을 것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사흘을 굶어보십시오. 아무리 고상한 사람, 박학다식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짐승으로 돌변할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말씀이 선포된다 할지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느라 군중들은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를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다니던 백성들의 구체적인 현실, 쓰라린 뱃속을 외면한 채 말씀만 선포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의 필요성, 그들의 눈물, 그들의 슬픔,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백성들과 함께하려는 동질감, 합일감, 일체감을 지니고 계셨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귀여겨들어야 할 메시지의 강조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 기적의 첫 출발점은 바로 우리 인간들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풍성함은 그분의 한없는 자비와 측은지심, 풍요로움에서 시작되지만, 우리 인간 측의 미약하고 작은 노력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군중 가운데 있던 사람들의 작은 나눔(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어떻게 보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작은 나눔을 통해 당신 사랑의 기적을 시작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작은 나눔이 빵의 기적의 원동력이자 구심점, 출발점이자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 사랑의 큰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내가 내어놓을 수 있는 작은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시는 기적에서 우리가 눈여겨 바라볼 특징적인 면이 한 가지 있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고 능력과 사랑으로 충만하신 분입니다. 우리 인간의 협조 없이도 속전속결로 엄청난 일을 다 해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빵을 많게 하시는 순간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 측의 협조를 요구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 측의 정말 작은 기여-손때 묻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기반으로 만 여명의 사람들을 배 불리는 사랑의 대 기적을 일궈내십니다.

오늘 내가 이행하고 있는 작은 사도직이 교회나 사회에 별로 큰 기여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작은 사도직이라 할지라도 그 일을 하느님과 연결시키고 교회와 연결시키면 그 일이 곧 하느님의 사업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이웃들에게 행하는 작은 친절 하나, 해맑은 미소 한번, 환한 인사 한번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하느님 앞에서는 엄청나게 큰 사랑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