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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세주의 별빛을 잘 쫓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집중이 필요합니다!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물때가 좋은 밤시간, 물이 많이 빠져나갈 때면 어김없이 랜턴과 바구니를 들고 해루질을 나갑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총총한 별빛 아래서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밤바다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한번은 랜턴으로 여기저기 바닥을 비추며 게며 골뱅이며 소라를 채취하고 있는데, 저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한 게꾼의 엄청난 장비빨 앞에 저는 완전 주눅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가 들고 있던 랜턴은 군용 서치라이트 못지않은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불빛이 강하던지 물속이 환히 다 들여다보일 정도였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수확물은 저보다 월등했습니다. 그의 랜턴이 발산하는 강렬한 빛 앞에 제 랜턴의 불빛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것 없었습니다.

오랜 압제와 고통의 세월을 감내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강력한 카리스마와 포스 탁월한 언변을 지닌 예언자가 등장했으니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존재 자체로 세상 앞에 드러낸 빛은 강렬했습니다. 깊은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발산하는 빛으로 인해 다들 서둘러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사실 세례자 요한은 빛이 아니었습니다. 빛을 증언하러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큰 빛이 나타남을 알리는 서광에 불과했습니다. 빛의 도구요 증언자 세례자 요한에 이어 마침내 참빛이 등장하셨는데, 바로 오늘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동방박사들은 탄생하실 구세주의 별빛을 쫓아가기 위해 늘 밤길을 걸었습니다. 별빛이 보이지 않는 낮시간에는 동굴이나 바위틈에 머물렀습니다. 어둠이 깔리면 또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 역시 구세주의 별빛을 잘 쫓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집중이 필요합니다. 멈춤과 나섬 사이의 강약조절도 필요합니다. 여러 빛 가운데 어느 것이 참 빛인지를 파악하고 그 별빛에 시선을 고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가 비록 어둠 속에 앉아있다 할지라도, 오늘 비록 내 삶이 멈춰있다 할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참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뵐 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