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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나를 위해 탄생하셨습니다!

12월 23일

 

누군가가 내게 빅매치 중에 빅매치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버풀대 파리 생제르망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는 입장 티켓과 왕복 비행기 표를 보내 초대한다면, 이 얼마나 큰 기쁨이겠습니까? 뛸 듯이 기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가방을 준비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밤에 주님의 천사는 몇몇 사람들에게 탄생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초대장을 보냅니다. ‘메시아 탄생 현장 직관!’ 이보다 더 큰 은혜와 축복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그 값진 티켓은 로마 황제나 황비, 유다왕이나 왕비, 수석사제나 율법학교 교장에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에게? 놀랍게도 학벌은 전무하고, 가문도 보잘 것 없으며, 하루 온종일 양들과 붙어 다니는 일이 전부인 들판의 목자들이었습니다.

당시 유다 사회 조직 안에서 목자들은 하위 그룹에 속하는 신분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목자, 하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목자들 역시 우리 처지가 그렇지 하고, 자포자기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높으신 하느님, 가장 존귀하신 그분의 외아들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 탄생하시며, 요셉과 마리아 외에 최초로 목격을 허락한 사람들이 가장 낮은 곳에 살아가던 가장 보잘 것 없는 삶의 소유자 목자들이었습니다.

탄생 때부터 나자렛의 숨은 생활, 그리고 활기 넘치던 공생활, 마침내 골고타 언덕 위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모습은 낮은 자의 모습, 작은 자의 모습, 지극히 겸손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작고 낮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는 명료합니다. 우리도 당신의 모범을 따라 작아지는 것입니다. 낮아지는 것입니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은총은 또한 작은 자들, 낮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이 은혜로운 성탄의 밤에 천사가 목자들에게 전하는 말씀 또한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쌓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복음 2장 10~12절)

“너희를 위하여!” 주님께서 다른 세력가들과 잘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목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동시에 오늘 갖은 세상의 고통과 상처로 고생하는 또 다른 작은 자들인 우리를 위하여 탄생하셨답니다. 바로 나를 위하여!

이 경이롭고 축복 된 성탄의 신비 앞에 천사들과 한목소리로 감사와 찬미, 영광의 노래를 힘차게 불러야겠습니다. 구세주께서 바로 나를 위해 탄생하셨다니, 내 안에서도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를 탄생시켜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