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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요셉은 인간의 의지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습니다!

12월 18일

 

대림 시기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한 인물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살짝 등장하는 요셉 성인이십니다. 예수님의 양부이자 성모님 인생의 동반자셨던 요셉은 구세사 안에 꽤 중요한 인물인데도 복음서 안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셉을 소개할 때 언제나 교회는 그를 의인, 과묵한 사람, 침묵의 성인으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요셉은 침묵의 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그저 입 다물고 아무 말 않는 침묵이 아니라, 하느님의 육화강생이란 큰 신비 앞에,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취한 차원 높은 침묵이었습니다.

만일 요셉이 마리아의 혼전 잉태 사건 앞에서 입을 다물지 않고 크게 떠벌렸다거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면,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은 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침묵하고 또 침묵했습니다. 침묵 속에 육화강생의 신비를 묵상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예수님의 이해하지 못할 언행들 앞에서 또 침묵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알려주실 것임을 굳게 믿으면서 침묵하고 또 침묵한 것입니다.

당시 유다 결혼 문화 안에서 약혼 기간 동안 두 사람은 각자 부모의 집에서 거주했지만, 법적으로는 이미 부부로 간주되었습니다. 요셉은 이미 법적으로 마리아의 남편이었습니다. 만일 그 기간 동안 약혼녀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던지, 고무신을 바꿔 신어버렸을 경우, 큰 범죄로 간주되었습니다.

마리아의 혼전 잉태 사건의 경우 요셉은 당시 혼인법에 따라 마리아에게 이혼장을 써주고 두 증인 앞에서 차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마리아와 그녀의 부모가 받게 될 모욕과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인간의 의지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습니다. 천사의 말을 굳게 믿고, 큰 곤경에 처한 마리아를 끝까지 보호했습니다.

마리아의 생애에 발생한 이 특별한 사건 앞에서 요셉이 겪었던 내적인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 하는 것은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셉은 닭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랑하는 약혼녀를 일순간에 하느님께 강탈당한 것입니다. 마리아와 꿈꾸던 단란한 가정도 물 건너 가버린 것입니다.

요셉은 무척이나 당황했을 것이고 고뇌했을 것입니다. 마음이 크게 동요되어 밤잠도 설쳤을 것입니다.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했을 것입니다. 의심도 하고 심사숙고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의롭고 신심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마음을 활짝 열고 그분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순명하고 협조한 요셉 덕분에, 예수님의 인류구원사업은 큰 무리 없이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