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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리아는 단 한 번도 당신의 시선을 창조주로부터 뗀 적이 없습니다!

12월 8일[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교회 역사 안에서 성모님의 원죄없이 잉태되심에 대한 교리는 오랜 연구와 반박, 옹호가 거듭되어 왔습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에 대한 대한 초기 교부들의 표현이 참 아름답습니다.

“요아킴과 안나의 거룩한 딸인 마리아는 성령의 신방에서 티 없이 살았기에 하느님의 신부가 되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강생을 위해 마리아의 영혼을 준비시키셨습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무죄한 몸이 거처하실 수 있도록 가꾸어진 순결한 나무입니다. 순결하며 거룩한 영혼과 육신의 소유자 마리아는 가시덤불 속에 핀 한 송이 백합화 같습니다.”

성모님을 극진히 사랑했으며 성모님에 대한 탁월한 신심의 소유자였던 8세기 수도자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에 대해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인류는 모두 죄인이 되어 하느님의 크신 은총에서 흘러나오는 큰 선물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선물은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육체와 영혼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욕정과 무지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인류 역사 안에서 마리아만이 은총이 가득하며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자유롭습니다. 마리아는 단 한 번도 당신의 시선을 창조주로부터 뗀 적이 없습니다.”

마침내 1854년 12월 8일 비오 9세 교황님께서 원죄없이 잉태되신 교리를 장엄하게 선포하였습니다.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보존되었다.”

과거 왕가에서는 왕의 부인이나 왕자의 부인을 간택할 때, 엄청난 숫자의 후보 규수들을 점지해놓고, 그 가운데서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평판이 좋은 가문의 여인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인들, 가장 깨끗하고 흠없는 여인들 가운데서 심사숙고해서 선발한 것입니다. 건강하고 지적이며, 흠없는 왕손을 얻기 위해 그 어머니 역시 건강하고 흠없는 여인이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세속의 왕의 어머니가 될 여인도 그렇게 세심하게 준비시키는데, 하물며 만왕의 왕,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분을 아무런 준비없이 선택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심사숙고 끝에 당신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여인을 고르셨는데, 가장 잘 준비된 분, 아무런 흠도 티도 오점도 없는 순결하신 분,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분을 선택하셨는데, 바로 나자렛의 마리아였습니다.

무염시태 교리는 너무나 큰 신비와 베일 속에 가려진 알쏭달쏭한 교리이기 때문에 인간의 입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을 교리라고 합니다.

무염시태 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머릿칼보다 많은 일상의 죄 속에 깊이 파묻혀 살아가다보니, ‘원죄없이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죄를 좀 덜짓는다면, 우리가 좀 더 자주 고백소에 들어가면, 좀 더 순결하게 살아간다면 무염시태 교리는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자주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좀더 하느님 안에 머무르며, 좀 더 하느님과 일치하며, 좀 더 하느님께 순종하며 살아간다면 무염시태 교리는 좀더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