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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왕국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이나 모든 인간관계를 초월합니다!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예비신자들이나 갓 세례를 받은 형제자매들이 무심코 읽었을 때 꽤나 당혹스런 성경 구절들이 몇 군데 있는데, 오늘 봉독되는 복음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은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복음 14장 26~27절)

병행 구절이 마태오 복음에도 등장하는데, 그곳에는 ‘나보다 더’라는 표현이 추가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오 복음 10장 37절)

‘나보다 더’라는 표현이 추가되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 말씀의 진의는 부모나 가족들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예수님 당신 보다 더 그들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예수님께 삶의 최우선권을 드리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건설하시려는 새로운 왕국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이나 모든 인간관계를 초월합니다. 거기서는 더 이상 그 어떤 차별도 소외도 없이 공평합니다.

“유다인도 그리스도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디아서 3장 28절)

예수님께서는 부활 이후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서의 국면을 이렇게 소개하십니다. “부활 때에는 장가 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마태오 복음 21장 30절)

결국 예수님 말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하느님 나라에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든 형제자매들이 한 가족이 될 것이니, 지상에서부터 그런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존재에 앞서 예수님을 선택하고, 그분께 우선권을 드리며, 그분 중심으로 살아가면서 언젠가 도래할 새로운 질서의 세상에 미리 맛을 들이라는 것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세상 모든 가치들에 앞서 하느님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척, 혈연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라는 것을 절대 아닙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을 가까이 따랐던 열두 사도가 새로운 예수님의 영적 가족이 된 것처럼, 오늘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예수님께 봉헌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분의 가족으로 수용됩니다.

새로운 혈연관계가 풍성하게 이루어지는 교회의 영적 가족을 통해 우리는 장차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맛보고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온전히 받아들임을 통해 그분의 형제가 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요 은총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